“대기업ㆍ공기업이 힘들면, 그 아래는 얼마나 힘들다는 뜻인지 모른다는건가”
[헤럴드경제] A(28)씨는 지난 4일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읽은 뉴스에 속이 상했다. ‘꿈의 직장인’의 두 가면…좌절하는 ‘꿈의 직장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꿈의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A씨에게 너무도 먼 얘기 같았다. 자신처럼 그럼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라는 건가는 회의감이 들었다.
A씨는 스스로를 ‘서민연봉’을 받는 사람이라 칭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생활비를 벌었다. 전문대를 졸업한 그녀는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정지출이 월급의 80%에 해당한다는 그녀는 “그럼에도 살아간다”며 입을 열었다. 지나치게 높은 집값에 대해서는 그도 불만이 많았다.
4일 다뤄진 “꿈의 직장인”의 ‘내 집 마련’에 대해 그는 “서울에서 내 집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다들 전세며 월세에 사는 것 아니겠느냐”며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뺄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기사에 나온 사람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지출이 너무 큰 것 같다. 나라면 좀 더 아끼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다. 다들 힘들다. 남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건만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나서 한계가 오니 절망감 드는 것은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이만큼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만큼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순진해보였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국민 월평균 가계지출(가족 3인)은 341만 원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월평균 가계소득은 438만 원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90만 원 남짓하지만 A씨한테 이야기는 남일 같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면 지출은 이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 각종 세금에 전화요금, 부모님 생활비까지… 정말 빠듯하다. 그리고 저 평균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직장생활 4년 차인 그는 얼마 전 학자금 대출 빚을 다 갚았다. 지난 3년간 꼬박 빚을 상환하며 열심히 일한 결과 통장은 텅텅 비어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800만 원이라는데 직장생활 4년 만에 연봉이 그만큼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복리후생도 좋지 않고 대우도 좋지 않다며 “우리 같은 사람에게 ‘꿈의 직장’은 정말 꿈같은 소리이다”고 꼬집었다.
늦깎이 학생이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B(28)씨는 ‘꿈의 직장인’도 힘겹다 외치는 사회가 문제라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이라면 소비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장남이면 부양할 가족이 많아서 지출은 더 많아지고 모이는 것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B씨는 어려운 형편에 취업이 쉽다는 학부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가 자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택했다. 음악은 부유한 사람들만이 직업으로 할 수 있다지만 그녀에게 음악은 삶의 위로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시원찮은 벌이에 가끔 숨이 막혀올 때가 있다.
“나도 가장이어서 부모님의 눈치를 이만저만 보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고 음악시장은 부유층 아니면 나머지는 과외레슨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뗀 그는 “최근 사회가 공부와 출세만을 외치면서 예체능은 더 뒷전에 밀리고 있다. 더구나 레슨을 원하면 스펙 좋은 선생님들한테서만 레슨을 원한다. 이 시장에서 스펙이 좋다는 건 그만큼 돈을 많이 들였다는 거다. 그럴 때마다 회의감도 들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꿈의 직장인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이해를 한다”며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열심히 일해 그 자리에 올라갔는데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나도 허탈하게 느낄 것 같다. 그나마 부모님 살림살이에 도움을 보탤 수 있고 생활이 나아지긴 했다지만 그 이후 결혼을 생각하면 나도 암담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들이 서울에 집중해 있으니 집을 서울에서 구해야 통근이 편한데 한국사회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결혼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카페에서 ‘너 남자친구가 대기업 다니는데 그 정도도 안 해줘?’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가 찼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도 한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연수 다녀오고 돈 들여 과외 받아 음악을 한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다. 시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학이 필수다. 빚을 내서라도 다녀와야 할 노릇”이라며 “‘꿈의 직장인’들도 힘들어 하는 사회라는 말은,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들다는 이야기다”고 일침을 놓았다.
A씨와 B씨는 모두 복지와 저성장 문제에 대해 “나라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버는지’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얼마나 잘 나누는지’를 신경 쓸 때가 왔다”며 “부동산이나 금융소득처럼 대물림되는 재산에 의해 부가 쏠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노력한 만큼 벌고 쓰고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