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고양이의 애처로운 눈빛을 본 건 햇살이 좋던 지난 2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금천경찰서 담벼락 아래였습니다.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숨 쉴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하얀 몸만 아직 고양이가 살아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움직임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기자가 다가가봤습니다. 역시나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의 등은 부자연스럽게 휘어진 상태였으며 털은 한쪽으로 눌러져 있었습니다. 차나 오토바이가 고양이를 밟고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이 고양이가 오전 내내 그렇게 누워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대로 놔 뒀다가는 또다른 사고를 당해 하루를 넘기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기자는 119 버튼을 누르고 구조대원을 기다렸습니다. 8분쯤 지났을까. 집게와 박스를 든 119 구조대원이 나타났습니다. 구조대원이 집게로 고양이를 박스로 담는 순간, 고양이는 사력을 다하는 듯 몸부림쳤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곧 구조대원이 가져온 박스에 담겨졌고 서울시 지정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의사는 야생고양이가 차에 밟힌 것으로 보이며 척추와 뒷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는 소견을 냈습니다. 구조된 고양이는 병원 속 우리안에서 지내다 열흘 안에 안락사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1000만 인구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시대입니다. 증가한 애완동물 만큼이나 버려지는 유기동물도 매년 10만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119 구조 등으로 신고 접수된 유기동물은 1만3556마리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6664마리의 개ㆍ고양이가 안락사를 당하거나 자연사했습니다. 2011년에도 비슷합니다. 이 해에는 1만5229마리가 구조됐으나, 8819마리의 개ㆍ고양이가 안락사, 혹은 자연사했습니다.
기자가 구조한 고양이 역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동행한 기자에게 동물병원 수의사는 신고자 확인서를 내 주며 치료 의사를 물었습니다. 척추와 뒷다리가 부러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자세한 진단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사비를 지불해야하며, 검사를 한 뒤에도 수술비 등이 추가로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울 의사가 없던 기자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한 뒤 한 동물단체에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단체에서도 이렇다할 대답을 내어 놓진 못했습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고양이의 사고에 유감을 표시하며 회생 가능성을 물은 뒤, 치료를 받아도 ‘장애고양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안락사가 낫다는 답을 전해왔습니다.
사고를 당한 동물을 살리는 데에도 결국은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서울시는 매년 16억원의 예산으로 동물병원과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지원해 유기동물 보호 처리에 쓰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차피 치료를 하더라도 유기동물 자체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열흘 안에 안락사를 시켜야 되는 상황”이라며 난처함을 표했습니다.
고양이의 생명을 감안할 때 서울시의 답변이 야속해 보이기도 하지만, 예산을 무턱대고 늘려달라 말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유기동물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일까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