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꽃샘 추위가 유난했던 올 봄, 이상저온에 울상이었던 과수농가들을 살린 효자가 있었다. 바로 뒤영벌이다. 꿀벌 등과 달리 낮은 기온에도 활발하게 활동해 많은 열매를 맺게 해줬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던 뒤영벌을 국내 농가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윤형주<사진> 박사가 대량생산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윤 박사는 “기후 변화로 화분매개 곤충이 급감하면서 뒤영벌 같은 대안이 필요했지만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뒤영벌을 사육할 수 있는 자체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뒤영벌은 꽃가루 수정 전용 벌이다. 원래 땅속에서 살면서 활동하던 것을 실내에서 인공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상업화됐다.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이 1990년대 후반이니 뒤영벌에만 십년이 넘게 매달렸다.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뒤영벌의 종류만 해도 무려 239종인데 어느 것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지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뒤영벌 상품화에 성공해 수출하는 나라들인데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더라구요. 어느 종을 대상으로 해야하는지를 발견하고 난 이후 기술개발이 본격화됐습니다.”

뒤영벌의 장점은 실내에서 사육하기 때문에 기온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않는데다 꿀벌과 달리 꽃에 꿀이 없는 작물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정률과 결실률도 더 높다.

시작은 늦었지만 윤 박사가 밤낮없이 매달린 덕분에 세계에서 7번째로 뒤영벌 자체생산 기술보유국이 됐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뒤영벌 대량생산 기술은 올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 박사는 “기술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동등한 수준이며, 온돌원리를 활용한 뒤영벌 산란유도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의 뒤영벌 대량생산기술 이전으로 현재는 2개 지자체 및 12개 업체가 뒤영벌을 대량생산해 보급하고 있다. 수입뒤영벌 의존도는 30%까지 낮아졌다. 농가보급가격도 봉군당 지난 1997년 25만원에서 현재 6만5000원까지 3분의 1수준으로 싸졌다.

앞으로는 토종뒤영벌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금 대량증식기술에 활용된 것은 서양뒤영벌이다.

윤 박사는 “토종뒤영벌의 일벌수가 서양종보다 더 적어 경제적 측면에서 서양뒤영벌을 먼저 대량생산하자고 했지만 보존을 위해서라도 토종뒤영벌의 육성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서양뒤영벌 생산 기술이 확보되어 있는만큼 가까운 장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