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 ‘굿 닥터’의 차윤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서은기, ‘공주의 남자’의 이세령 등 최근 배우 문채원의 행보는 거침없다. 작품 선구안이 좋았던 탓인지,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모두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라도 있는 것일까. ‘착한남자’ 당시에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작품이 잘 될수록 다음 작품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부담감이 드는 것도 있지만, 그저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해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 캐릭터가 저랑 잘 맞는지, 할 수 있는지 생각하죠. 그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라도 상관없고 현대극이거나 사극이어도 괜찮아요. 강렬하게 끌리면서도 제가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좋아요.”
정리하자면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팬들이 그에게 바라는 모습을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캐릭터에 관해서는 ‘욕심’과 ‘감’, ‘운’ 등을 고루 갖춘 셈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난 문채원은 따뜻한 드라마인 ‘굿 닥터’ 때문인지 분명히 ‘착한남자’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굿 닥터’는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굿 닥터’ 속 캐릭터들은 다들 순수해요. 이렇게 주는 사랑을 해보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쏟아 부었거든요. 실제 나라는 사람은 이들보다 훨씬 계산적이고 현실적이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순수하지 못한 부분들을 빨래하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실생활이나 연기하는데 있어 정화가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순수한 마음이나 사람을 계산 없이 대하고 일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흔히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성장한다. 문채원 역시 이러한 성장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굿 닥터’에서 자신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주위에서 ‘굿 닥터’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좋아졌다고 하길래 어렴풋이 느낄 뿐이에요. ‘굿 닥터’를 통한 제 스스로의 성장은 다음 작품을 하면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착한남자’에서 배웠던 것이 ‘굿 닥터’에 반영됐을 것이고, 이번에 배운 거는 다음 작품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달라진 제 모습을 팬들이 기다려주는 게 고맙죠.”
문채원은 “배우가 작품을 하면서 슬럼프는 겪을 수 있지만 퇴보는 없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매번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매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도움이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에 임할 뿐이다.
“저에게 ‘굿 닥터’란 비누 같은 작품이에요. ‘굿 닥터’를 가져와서 뭔가 다시 깨끗해진 기분이에요. 마치 하얗고, 깨끗하고, 냄새 좋고,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 선생님이 시놉시스에 썼던 그 느낌을 끝까지 충실하게 가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처음으로 도전한 의학드라마. 문채원에게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눈만 내놓고 수술실에서 얼굴에 땀띠가 날 정도로 고생했던 것도 그렇고, 대본을 보고 제대로 읽기도 힘든 의학용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드라마 초반에 수술실 촬영이 많았는데, 정말 더울 때였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제 피부가 민감한 편이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했던 부분까지 땀띠가 났어요. 의학용어? 아니요. 더운 게 가장 힘들었어요. 의학용어는 노력으로 극복되지만 더운 건 어떻게 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 닥터’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문채원 또래의 배우들이 많았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분위기 메이커 주상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작년에 이어 드라마 자체적인 느낌은 반대였는데, 팀 분위기는 굉장히 비슷했어요. 오히려 작년보다 유머가 늘었어요. 상욱 오빠의 유머가 저한테 잘 먹혔어요. 저는 그렇게 재미있고 웃겼거든요. 오빠로 인해서 편해진 마음이 다른 배우들과 신을 촬영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중반 이후에는 빨리 찍어야 하는데 오빠는 남을 재미있게 해주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촬영을 잠시 중단한 적도 있어요. 우리끼리만 웃는 별거 아닌 것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웃음이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문채원은 ‘굿 닥터’를 통해 ‘굿 배우’가 돼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브라운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스크린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았다.
“‘활’ 이후로는 인연이 안 되네요. 영화와 드라마 현장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그 현장을 느껴보고 싶어요. 영화는 연기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다시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있잖아요. 내년에는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앞서 이야기 했지만 강렬하게 끌린다면 장르나 캐릭터는 상관없어요.”
‘굿 닥터’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문채원. 그 느낌을 살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선보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