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의 최고인 여러 사부 밑에서 길러진 제자가 가르친 사부를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해 강호를 활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무협지는 종종 있습니다. 각기 다른 범죄적 능력이 있는 다섯 아빠에게 길러진 ‘화이’를 보며 무협지를 떠올리는 것은 홍콩 르와르를 연상케 하는 영상 때문일까요?

영화 속에서 석태(김윤식 분)는 화이(여진구 분)에게 박영택(이경영 분)을 총으로 쏘라고 강요해 결국 화이는 박영택을 총으로 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석태는 살인죄 혹은 살인 교사죄로 처벌되겠지만 ‘화이’도 살인죄로 처벌될까요?

형법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강요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강제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적법행위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처벌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판례도 납북된 어부가 북한에서 부득이하게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등의 국가보안법위반행위를 한 경우, 납북어부의 국가보안법위반행위는 강요된 행위로서 이를 거부할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월선 조업으로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자로서 월선하자고 상의해 월선조업을 하다가 납치돼 북한의 물음에 답하여 제공한 경우 강요된 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즉 강제상태를 자초한 경우는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가 불가능한 경우로 보지 않습니다.

단체의 구속력 때문에 하급자가 상급자의 위법한 명령을 따른 경우는 어떨까요? 판례는 단체 사이의 상하관계에서 오는 구속력 때문에 이뤄진 행위라는 사유만으로 강요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봐서 하급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화이가 박영택을 권총으로 살인한 것은 성장과정에서 범죄 교육을 받아와서 어쩔 수 없는 강요된 행위라는 주장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판례는 비행기 폭파범 사건에서 어떤 사람의 성장교육과정을 통해 형성된 내재적인 관념 내지 확신으로 인해 행위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경우까지 강요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영화 속의 화이는 석태의 폭력, 협박에 저항할 수 없었으므로 화이가 박영택을 쏜 행위는 강요된 행위로 처벌받지 않을까요? 석태의 화이에 대한 폭력, 협박이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단지 상해나 폭행에 불과하고 상대방인 박영택은 생명이 박탈되기 때문에 침해되는 법익을 고려할 때 화이는 살인죄로 처벌받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형량에서 참작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영화 ‘화이’는 단연코 단호함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범죄 장면이나 내용 진행, 결말 등에서 작가의 단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결말은 단호함보다는 여운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화이’는 ‘괴물이 돼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괴물이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궁극은 궁극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맴돌게 합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