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이의 결말은 정말 짠해요. 다들 가족과 함께 하는데 혼자서 밥도 아닌 시리얼을 먹다니..”
최근 종영한 ‘투윅스’에서 ‘열혈검사’ 박재경으로 열연을 선보였던 배우 김소연의 첫 마디였다. ‘검사 프린세스’ 이후 다시 한 번 검사 역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던 그는 새로운 캐릭터로 극의 즐거움과 긴장감을 더했다.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연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원래 밝은 인물인 건 알았지만, 아마 ‘투윅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거기서 절로 나오는 미소라 여겨진다.
# 종영, 어깨의 돌덩이 내려놓은 기분
소현경 작가가 집필했던 ‘검사 프린세스’의 마혜리와 같은 작가가 쓴 ‘투윅스’의 박재경에 대한 차별성을 두는 것은 김소연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였다.
“지금은 어깨에 얹혀 있던 돌덩이들을 내려놓은 기분이에요. 극 초반 분위기 조성을 잘해야 앞으로 풀어야 할 사건에 대한 이유도 생기기 때문에 감정을 자제하고 있었거든요. 14일 동안이라는 내용에 배우들이 다들 감정을 누르고 있었어요. 약 세달 가량 재경이가 정말 짠했어요. ‘검사 프린세스’ 때 마혜리는 밝은 인물이잖아요. 촬영이 끝나고도 재경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계속 상상하고 있어요. 검사로서 더욱 성장했겠죠?”
김소연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도 강했지만, 이후 촬영장에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의 힘이 컸다. 시청률 면에 있어서는 동시간대 방송한 SBS ‘주군의 태양’에 비해 다소 부진했지만, ‘투윅스’ 만이 가지는 특유의 흡입력으로 고정 팬들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 덕분에 버틸 수 있었죠. 매회 방송이 끝나면 좋은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네티즌들의 리뷰도 다들 좋게 평가해주셨거든요. 한 네티즌 분이 ‘박재경이 검사로서 성장한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며, 이후 새로운 사건들을 맡으면서도 남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검사가 될 것이다’라는 글을 써 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그렇게 드라마를 좋아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그 힘으로 버텼어요. 촬영장 분위기도 항상 좋았고요.”
# 육체적 피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투윅스’는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도주하게 된 장태산(이준기 분)의 14일 간의 행적을 쫓은 작품이다. 덕분에 그를 쫓는 인물들과 그 모습을 담아야 했던 스태프들의 고생도 보통이 아니었다.
“19년을 일하신 카메라 감독님께서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포커스를 담당하신 분은 마지막 촬영에 못 올 정도였으니까요. ‘투윅스’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도 그렇지만 스태프들의 승리에요. 저도 대본을 볼 때면 매번 ‘뜨악’ 했거든요. 보통은 대사가 빼곡한 데, 저희는 지문이 빼곡했거든요. 거기다가 장태산이 가면 우리가 어디든 쫓아가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절벽 신도 그렇고 어떻게 그랬는지 싶어요. 이 드라마 한 편을 하고 난 뒤로는 다른 드라마 몇 편을 해도 체력이 남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숨도 고르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내는 김소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몰입했으며 그만큼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공감할 정도였다. 좀처럼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귀에서도 땀 날 정도로 액션 연기를 했으니 말이다. 외모? 신경 쓸 틈이나 있었겠는가.
“‘투윅스’는 끝나고 나니까 더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찍을 때는 이 좋은 걸 느끼지 못했거든요. 위험한 액션 신도 많았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걸 보니 축복을 받았던 것 같네요.”
# ‘투윅스’, 앞날을 변화시킨 작품
김소연은 어느덧 20년이라는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연기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민기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투윅스’는 제 앞날을 변화시킨 작품이에요. 거기에는 민기 오빠의 영향이 컸어요. 작품 초반에는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했지만,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그럴 때 민기 오빠가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아이리스’ 때부터 ‘얘 봐라?’ 했데요. 그러다가 이번에 ‘좋은 배우가 됐구나’ 생각했다고 말해줬어요. 그 말을 듣고 있으니 제가 좌절하고 의기소침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했어요.”
조민기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김소연은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미래를 변화시킨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투윅스’는 주위 환경이 중요하고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그동안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민기 오빠의 말을 듣고 나서 제 5년 후, 10년 후는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게다가 이번 작품만 하고 말 것도 아니잖아요. 그동안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열심히 쳐다보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 ‘투윅스’는 재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 앞날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최근 2~3개월 동안 아주 조금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김소연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소신 있게 행동하고 있기에 그 즐거움은 얼굴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투윅스’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그가 또 다음번에는 어떤 작품으로 그만의 캐릭터를 선사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아직 데뷔 20년이라는 숫자가 어색해요. 그동안 저와 함께 동시대를 걸어온 분들을 만나다 보면 그분들도 겪었듯이, 김소연이 꾸준하게 자라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할게요. 오랜 친구를 보는 듯 한 마음으로 응원 부탁드려요. 앞으로 20년 후에도 또 이런 말을 할 것 같아요.”
20년 차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겸손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진 김소연이기에 앞으로 그가 선보일 모습은 훨씬 더 많이 남았으리라 여겨진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