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5년내에 2만명의 경찰이 늘어나 경찰 12만명의 시대가 조만간 열리게 된다. 지난 5년 동안 5000명 정도 증원돼 10만2000여명의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큰 폭의 변화다. 매년 4000명씩 앞으로 5년간 2만명의 경찰을 증원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내년 경찰 인력 증원 예산을 올해 71억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1031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모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학교폭력이 잇따르는 동시에 ‘묻지마 범죄’ 등으로 사회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외국인 범죄 등 새로운 치안 수요가 생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늘어나는 치안 수요, 줄어드는 검거 건수=경찰청이 지난 9월 발행한 ‘2012 범죄 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범죄건수는 179만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3% 늘어났다. 양극화,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는 절도나, 사기 등 민생 범죄를 키워냈다. 지난해 절도 범죄 발생은 29만460건으로 4년전인 2008년(22만3204건)에 비해 30.1%나 늘었다. 사기 사건도 23만5366건 발생해 2008년(20만1852건)에 비해 16.6% 증가했다. 특히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은 지난해 1만9670건이 발생해 2009년보다 25.3% 늘어났다.

외국인 범죄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 67만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12년 144만명으로 2배 늘어나는 동안 발생한 외국인 범죄는 6144건에서 2만4379건으로 4배 증가했다.

범죄가 증가한 반면, 검거수는 감소했다. 지난해 검거 건수는 137만121건으로 전년(138만2463) 대비 0.8% 줄었고 2008년(181만2067건)과 비교하면 24.38%나 감소했다. 범죄 발생 건수 대비 검거 건수는 2008년 87.8%, 2009년 89.6%, 2010년 84.8%, 2011년 78.8%, 2012년 76.3%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경찰 42%가 지구대, 파출소 근무=10만2000여명의 경찰은 16개의 지방경찰청, 250개 경찰서 512개 지구대, 1524개 파출소에 흩어져 있다. 전체 경찰의 42%인 4만3514명의 경찰들이 치안현장인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18%인 1만8364명의 경찰이 수사부서에서 사기범, 절도범 등을 잡고 있다.

집회시위 등에 동원되는 경비 경찰은 10.5%인 1만852명, 전체의 0.09%인 9419명이 경찰이 교통, 순찰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이들 외에도 각 지방청 내에 경찰특공대, 보안수사대, 국제범죄수사대 등 특수한 임무를 띈 경찰들도 있다.

전국에 경찰 조직이 촘촘하게 위치하고 있지만, 흉흉해지고 지능화되는 범죄에 맞서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치안예산은 미국 등 주요국의 평균인 35만100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13만8000원이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498명으로 영국(354명), 프랑스(260), 독일(277명)보다 턱없이 많다.

미국(438명), 일본(494명)과 비교할 경우 경찰 숫자는 비슷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민간 방범조직이 잘 발달 돼 있고 한국에 비해 경찰의 위상이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재운 형사정책연구원 파견 연구원은 “범죄자 검거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도 요구되는 등 경찰의 역할이 늘어나지만 인력이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부족으로 변화에 부흥하지 못하는 경찰=외국인 범죄, 사이버테러 등 새로운 치안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모두 기존 인력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 경찰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2000년보다 20여명 줄어든 60여명의 인원으로 폭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실정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업무량도 상당하다. 서울의 한 경찰서의 사이버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사이버팀 한 명이 해결해야 하는 민원은 통상 50건이 넘는다”면서, “요즘 범죄 중 인터넷을 거치지 않는 범죄가 어디 있냐. 전부 사이버팀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수도 부족하다. 외사경찰 인력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9월 기준 기준 외사경찰 수는 1044명으로 4년 전인 2008년 1102명보다도 적다. 특히 국제범죄수사대를 설치하지 않은 지방청이 6개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를 설치하지 않은 지방청이 8개청이나 된다.

▶국민은 불안에 떨고, 경찰은 과로로 쓰러지고=범죄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경찰 역시 늘어나는 범죄를 감당하기가 벅차다. 과중한 업무에 과로사로 쓰러지는 경찰관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순직한 경찰관 46명의 65%에 해당하는 30여명이 과로사로 숨졌다. 순직 경찰관들은 해마다 늘어 2010년에는 11명, 2011년 13명, 지난해에는 15명, 올해(1~8월기준)으로는 7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 진 의원은 “턱없이 부족한 경찰인력에 비해 치안수요는 매년 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한 측면이 있다”며 “점진적 인력 증원이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