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쿠페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로망입니다. 아니, 남자라면 어린시절 쿠페 모델 장난감이 없었던 사람도 드물겠죠. 공간활용도 따윈 상관없다, 뒷좌석은 그저 거들 뿐. 2도어의 위용을 자랑하는 쿠페는 스포츠카의 상징이자, ‘자존심’의 대명사입니다.
쿠페가 수입차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으나, 조금씩 국산차도 쿠페 시장에 도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현대자동차가 스쿠프를 출시한 이후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짧으면 짧지만, 결코 쉽지 않은 20여년이었습니다. 스쿠프부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산 쿠페의 도전기는 험난한 여정의 연속입니다. “국산차가 무슨 쿠페”라는 편견과 싸워야 하고, 아직 국내 쿠페 수요가 많지 않은 탓에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은 아니죠. 그럼에도 현대ㆍ기아차를 비롯, 국산차 모델의 쿠페 도전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스쿠프 외에도 국산 쿠페의 역사 속에서 스치고 간 모델은 의외로 상당합니다. 티뷰론이 그러했으며, 지금도 가끔씩 도로 위에서 만나는 투스카니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 쿠페 시장의 한 획을 그은 모델이 됐습니다. 현대차 최초로 개발한 후륜구동형 스포츠 쿠페 모델이고, 지금까지 국산 쿠페 모델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더 뉴 제네시스 쿠페까지 출시된 상태이고요, 지난해엔 신차 효과에 힘입어 총 1262대라는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쿠페 모델 자체가 판매량을 따지는 모델은 아닙니다. 이는 국산 쿠페뿐 아니라 수입차 쿠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네시스 쿠페 역시 비록 수입차 쿠페 모델에 비해선 저렴하지만 국산차 중에선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 모델입니다. 많이 팔고자 만든 차가 아니란 뜻입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저조한 실정입니다. 9월까지 총 312대가 팔렸습니다.
제네시스 쿠페가 국산 쿠페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올해 선보인 아반떼 쿠페와 K3쿱은 또 다른 의미에서 국산 쿠페의 새 지평을 연 모델입니다. 쿠페의 대중화를 가져온 모델이니까요. 과거엔 쿠페가 갖고 싶어도 못 갖는 모델이었다면, 두 모델 출시를 계기로 쿠페는 이제 갖고 싶다면 가질 수 있는 모델이 됐습니다.
다만, 두 모델은 기존 국산 쿠페보다 더 험난한 도전기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판매량이 기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죠. 아반떼 쿠페는 매달 100여대 내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K3쿱은 이제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고요.
아직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국산 쿠페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기도 했고, 또 최근 경기 불황으로 파생모델인 쿠페까지 구매층이 확대되지 않는 면도 있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쿠페와 대중화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단어를 조합하려는 시도가 아직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쿠페를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남과 다른 럭셔리함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겠지요. 누구나 살 수 있는 쿠페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K3쿱을 계약하는 고객 중 78%가 터보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쿠페는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성능 고사양을 갖춰야 한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아반떼 쿠페와 K3쿱이 소비자에게 한층 폭넓은 선택권을 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얇은 주머니로도 쿠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비록 실제 구매 여부를 떠나 다양한 고민을, 분명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국산차가 저조한 판매량에도 불구, 쿠페 모델을 포기하지 않는 것 역시 이런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서가 아닐까요. 무모해 보이는 이 같은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김상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