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상표, 상품 디자인은 그 회사가 가지는 가치와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 시각적으로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은 기업이나 제품 이미지의 호감ㆍ비호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다.
세계적인 회사들도 브랜드ㆍ제품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자인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엔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익숙한 것들도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이만한 디자인이 없다=흰 바탕에 붉은 글씨, 멋지게 휘갈겨 쓰인 영문자 ‘Coca Cola’는 보기만해도 경쾌하고 시원하다. 전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고 있는 코카콜라의 디자인은 개발자 존 펨퍼턴의 경리사원이었던 프랭크 로빈슨이 만든 것이다. 1886년 펨퍼턴은 자신의 뒷마당에서 코카콜라 시음회를 열게 되는데 이 때 로고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흔히 스펜서체라고 불리는 이 서체를 사용한 로고 디자인은 120여 년이 지나도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의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잘록한 곡선이 매력적인 일명 콘투어 병이다. 1915년 루트 유리회사의 디자이너인 얼 딘(Earl Dean)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 디자인한 것으로 최초 콘셉트는 코카잎과 콜라열매를 형상화하려고 했었다. 이 콘투어 병이 코카콜라병의 표준이 된 것은 1920년으로 이후 수차례 개량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병을 디자인한 얼 딘에게는 500달러 보너스와 평생직장이란 두 선택지가 주어졌는데 그는 루트 유리회사에서의 종신근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생수의 대명사인 페리에 역시 오랜기간 독창적인 병 디자인을 유지해오고 있다. 물방울 모양의 아랫배가 불룩한 풍만함과 함께 푸른색이 주는 청량함, 맑은 이미지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고 1906년 출시한 이후 100여 년이 넘도록 판매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인트 존 햄스워스가 영국군을 위한 군납을 염두에 두고 ‘인디언 클럽’이라는 곤봉에서 착안해 병을 디자인했으며 이후 약간의 수정이 있었으나 기본 형태와 색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국 왕실에까지 납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페리에는 안정적인 병 생산을 위해 주 재료인 실리카 모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자 채석장을 통째로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미국에서 벤젠 등 유해물질이 발견돼 병 1억6000만개를 리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했으나 올해 생산 150년째를 맞는 이 제품은 전세계 140개국에서 10억 병이 팔리고 있다.
▶명품의 격을 높이는 명품 로고와 디자인=과시적 소비의 대명사, 고가에 판매되는 명품은 많은이들의 소유욕을 높이는 선망의 대상인만큼 상표 역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명품브랜드 샤넬은 디자이너였던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사용한다. 1925년 정식 등록된 이 상표는 대문자 ‘C’ 두 개가 상반되게 대칭되어 겹쳐진 모습이다. 아래 자신의 영문 이름인 ‘CHANEL’을 산세리프체로 디자인한 워드마크 역시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넬은 어려서 ‘Coco’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이는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로고는 흰색과 검정색의 단순한 대비와 ‘C’의 대칭성을 보여주며 거추장스러웠던 여성복에 대한 해방을 의미하는 뜻도 담겨있다.
‘마릴린 먼로의 유일한 잠옷’이었던 샤넬 No. 5 향수는 제품 자체의 화제성 만큼이나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병 디자인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1921년 선보인 이 향수는 복잡함, 화려함보단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사각형의 모양을 취했고 치장보다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아르 데코(Art Deco) 양식을 반영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채 현재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디자인의 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59년 뉴욕근대미술관에 소장됐고 미술가 앤디 워홀의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다.
루이비통의 로고는 루이 비통이 생전이 아닌 후대인 그 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1896년 후계자였던 아들 조지는 아버지 이름의 이니셜인 ‘L’과 ‘V’를 비스듬히 꼬아 그 주위에 꽃과 별 모양으로 장식한 로고를 개발했다. 이같은 로고를 가방 전체에 새겨넣은 것이 루이비통 모노그램 트렁크다. 그러나 탄생 초창기에도 수많은 ‘짝퉁’ 가방이 등장해 가방 커버를 수 십번 바꿨다는 사연도 있다.
구찌의 브랜드 탄생은 두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늦다. 1953년 설립자인 구찌오 구찌가 사망한 이후 아들인 알도 구찌가 1960년대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구찌의 로고인 GG를 개발했다.
프라다는 루이비통 등 다른 명품 브랜드와 같이 최초 로고 디자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프라다는 우월의식을 타파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명품 고유의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담는 디자인을 창조해내려 했다.
문영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