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당분간 금리동결 가능성 확장적 통화정책 동참 ‘물음표’

유럽중앙은행(ECB)발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선택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라는 전통적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들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당분간은 한국은행이 ‘나홀로 행보’(금리동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이 1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중국 인민은행마저 4일 지준율을 19.5%로 50bp 인하한 것은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중국이 불과 3개월만에 이번엔 지준율 인하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이와 관련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ECB의 양적완화 조치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이 확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ECB의 조치가 세계 성장이 미미한 상황에서 국가별 내수 성장과 외환정책(통화가치 하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호주가 올 상반기 중으로 한 차례 더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중국 역시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높아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중국 지준율 인하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번 (중국) 지준율 인하는 지난 11월 금리인하를 필두로 중국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사실상의 부양기조로 전환되었음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이는 향후에도 경기하강 압력이나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질 경우 추가적인 금리인하나 지준율 인하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세계각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동참할지는 아직까지 물음표로 남는 모습이다. 우선 한은이 ‘환율전쟁’에 동참하는 시점은 엔/원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중요한 것은 통화전쟁이 확산되면서 원화의 절상압력이 얼마나 가팔라지느냐”라며 “최근 주변국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원화가치가 아직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화절상이 가팔라지지 않는 한 한은이 기존 스탠스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박동진 연구위원도 “1월 금통위 의사록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며 “대외변수에 대한 금융시장 변화가 무쌍해지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비둘기파적 금통위원들마저 강하게 금리인하를 주장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2월 금통위 역시 ‘지켜보자’는 입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해 금리동결 카드를 선택한 한은이 이번엔 금리인하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일부에선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이하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환율전쟁 동참 가능성’ 보고서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에도 뒤늦은 정책 대응으로 신뢰가 저하된 ECB를 반면교사 삼는다면, 한국은행이 마냥 금리인하를 미룰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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