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헤알 환율 하락으로 환테크 매력 인도·터키 등 부도위험국 채권도 관심 위험 자산군으로 투자 다변화 모색
“요즘 슈퍼리치(고액자산가)들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투자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와 경제를 아우르는 질문에 놀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강남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다녀온 모 증권사 연구원의 말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슈퍼리치들이 ‘역발상 투자’에 눈을 뜨고 있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가치가 떨어진 외환이나 해외 채권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 브라질 헤알화 투자 매력↑=최근 슈퍼리치들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브라질이다. 특히‘브라질 헤알화’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브라질의 경제 상황 악화로 원/헤알 환율이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환테크’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다.
환테크는 선진국 슈퍼리치들의 자산 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테크 수단이다. 현재 원/헤알 환율은 ‘버냉키 쇼크’ 이후 4개월 만에 570원대에서 450~460원대까지 급락했다. 2010년 700원까지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35%가량 가치가 낮아진 것이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토빈세가 사라지고 브라질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슈퍼리치들의 자금이 일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본격화되면 헤알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본격적인 ‘투자 적기’가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조 부장은 “단ㆍ중기 내에 브라질 경기 회복이 급속도로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헤알화에 투자했다면 상당 기간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도ㆍ터키 등 신흥국 채권에서 가치급락주까지 ‘투자다변화’=다양한 위험 자산군에 대한 슈퍼리치들의 ‘역발상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ㆍ터키ㆍ인도네시아 등 국가부도 위험까지 몰린 해외 채권들도 관심 대상이다.
블룸버그와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초 기준 인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에 달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의 국채 수익률도 각각 8.9%, 7.9%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그만큼 채권 수익률도 월등하다.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많은 자산가들로부터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들의 채권을 헐값에 사면 어떻겠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오유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증가로 인한 구매력 감소와 경기 둔화로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주요 이머징 국가들의 선거가 집중돼 있어 정치적 리더십 약화와 구조개혁 지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원자재 및 자본재 수출이 늘어나면서 내년에 이머징 국가의 경기회복 추세와 더불어 글로벌 유동성도 이머징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투자설명회에 나서는 모 증권사 연구원은 “슈퍼리치들은 장이 오르고 빠진다고 해서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투자 자산에 관심을 갖고 해외 등 새로운 투자에도 열린 자세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