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옛말에 그런 말이 있어요. 증권은 오래 투자하면 남는 게 없는데 부동산은 오래 투자하면 적어도 목욕탕 주인은 한다는.”
최근 한 부동산업계 종사자를 만나서 들은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단 부동산 투자에서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은근하고 끈기있게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는 교훈이 도출됩니다.
그분은 우스갯소리로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겠지만 자꾸만 되새겨졌습니다.
벽지와 장판을 팔고 직접 시공도 해주는 지물포업체의 이영순(가명)씨.
집집마다 다니며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아주다보니 동네 집집마다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어디 근처 무슨 집 하면 “아, 거기 방이 세 개죠. 화장실 하나 있고. 작은방 천정 오른쪽에 곰팡이가 많이 피던데..”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러다보니 동네의 소소한 얘기는 다 들어옵니다. 동네 정보통인 셈입니다.
이분께 “증권은 오래해도 별로 남는 게 없지만 부동산 10년 투자하면 목욕탕 주인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 그럴 거다. 맞을거다”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도 부동산 투자 면에서 상당한 실력가입니다. 강북에 거주하고 있지만 수중에 그 비싸다는 강남 아파트도 한 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최근에 팔고 말았답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부동산에서 앞으로 더 내릴 것이니 지금 매수자가 나왔을 때 얼른 팔라고 몇 번 독려하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데 막상 팔았다. 팔고보니 얼마나 아까운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푸념했습니다. 요새 시세를 점검해보니 팔고나서 실제로 수천만원 더 올라갔다네요.
그녀는 말을 이었습니다. “부동산 값이 오르내리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진득하게 갖고 있어야 돼요. 어차피 사라지는게 아니잖아요. 땅이 있고 건물이 있잖아요.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잖아요.”
대화 속에서 ‘목욕탕 주인이 되는 비결’이 손에 잡히는 듯 했습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을 받은 지인은 오래된 청약통장을 진득하게 갖고 있다가 결국 원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입니다. 소위 만능청약통장이 아니다보니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가 한정된 상태에서 최근 10년여간 지킨 통장을 드디어 써먹었다고 합니다. 1순위에 당첨됐다며 웃는 그 지인의 전화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진득한 기다림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때론 진득한 기다림이 증권 투자에서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한 지인은 주식 매수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주식자산이 반토막났지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1년 넘게 그 주식을 보유하더니 결국 샀던 가격보다 높게 되팔았습니다. 그는 손해를 보지 않은 비결에 대해 “단순하다. 시세가 등락하는 건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질 때 팔면 된다”고 했습니다.
물론 진득한 기다림이 모든 경우에 좋은 결과를 불러주진 못합니다. 다만 세상 물정이 급변하는 오늘날 진득한 기다림의 투자 미학에 대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