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영화 제목(더 파이브). 극중 주인공의 복수결행에 필요한 사람수 10=김선아의 10번째 영화 17=올해로 데뷔 17년째. 29=영화와 TV드라마 출연편수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에서 김선아(38)는 도미노 전문가 ‘은아’역을 맡았다. 그녀는 연쇄살인범에게 남편과 어린 딸아이를 잃고 복수에 나선다. 스스로도 연쇄살인범에게 죽음 직전까지 폭행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휠체어를 탄 여인 홀몸으로는 복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조력자를 모은다. 계획의 결행에 필요한 인원은 다섯 명. 이렇듯 ‘더 파이브’는 ‘복수의 퍼즐맞추기’다. 김선아는 복수를 이루는 도미노의 시작점이자, 퍼즐을 이루는 한 조각이며 모든 계획의 주관자다. 아닌게 아니라 김선아는 도미노의 도막을 세우듯, 이제까지 작품활동을 해왔다.
“제가 한번에 여러 일을 못해요.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붓죠. 작품을 일단 시작하면 차기작을 위해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눈길도 못 주죠. 하나에 확 빠졌다가 완전히 탈진하죠. ”
‘더 파이브’는 김선아의 10번째 영화다. 2년여전 첫 제안을 받은 후 완전히 매료됐지만, 연이은 드라마(‘여인의 향기’ ‘아이두아이두’) 일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와 제작일정을 완비한 1년 후 재차 섭외를 해와 “뒤도 안 돌아보고 결정” 했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듯, 그냥 느낌이 왔다”고 말했지만, ‘더 파이브’에선 김선아의 야심도, 관록도 괄목할만하다.김선아는 ‘몽정기’ ‘위대한 유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S 다이어리’ ‘잠복근무’ ‘걸스카웃’ 등의 영화에서 시련과 역경을 겪지만 경쾌하고 낙천적인 힘으로 살아가는 여인 역할을 독보적인 코미디 감각으로 보여줬으며, 특히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발군의 연기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꽃을 피웠다. ‘더 파이브’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하고 무거우며 어두운 인물을 연기한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의 팔뚝 관절 부위는 살이 움푹 패여 뼈가 도드라져 있었다. 신경 압박으로 인한 근육손상 때문이었다. 휠체어에 다리가 묶인 채 엎어지고 쓰러지며 구르고 난투극을 벌인 영화촬영은 상처투성이의 몸을 남겼고, 그것보다 더한 감정의 여운을 가슴에 새겼다. 일 스스로를 소진시키고야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특유의 ‘집중력’이 만든 결과다.
“‘연기 변신’이 목표가 아니라 인물에 동화되자는 것이 각오였죠.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의 평생을 머릿 속으로 온전히 그려놓고, 그 인물이 느낄 희로애락 그대로를 스크린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자고 했죠. 자신은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죽어가는 딸아이의 눈을 보는 장면에선 완전히 혼절했어요. 그 상황과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돼 호흡 곤란이 온 거죠.”
팔부상으로 기브스를 한 후 촬영한 적도 있는데, 카메라에 노출이 되고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 현장에서 가위로 쓱쓱 잘라버리고 연기했다. 동명의 웹툰 작가인 정연식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더 파이브’는 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고, ‘살인의 추억’의 김형구 촬영 감독과 ‘올드보이’ ‘아저씨’의 심현정 음악 감독 등 최고 수준의 스탭들이 참여했다. 김선아는 인터뷰 내내 “최고의 팀과 함께 하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되뇌었고, “가장 불행한 사람을 연기하고 보니 지금 내 건강과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데뷔 20년, 길게는 20번째 영화까지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상의 대표작을 내고 싶다”며 “훗날 ‘메이드 바이 김선아’의 연기라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