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하루 만에 7.84% 하락
차익 실현 나섰던 운용사 셈법 복잡
어피너티·IMM, 신한·우리금융 잔여지분 촉각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 훈풍을 타고 주가가 고공행진하던 은행·금융주 또한 국내 주식시장 폭락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지주 주가 상승기에 수혜를 누리고 차익 실현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KB금융(-7.69%), 신한지주(-7.53%), 하나금융지주(-8.55%), 우리금융지주(-7.6%) 등 4대 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평균 7.84%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보이며 8.78% 급락한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인해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는 하루 만에 약 235조원이 증발했다. 의료정밀(-11.85%), 기계(-11.1%) 등 대부분 업종 주가가 10% 넘게 내렸으며, 주가가 맥없이 하락하기는 은행·금융주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저평가 종목으로 지목되며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몸값을 높였던 것과는 판이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차익 실현에 나섰던 PE의 셈법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주에 투자했던 운용사들은 최근 전반적인 은행·금융주의 주가 상승에 따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등의 형태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던 바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과 EQT파트너스(옛 베어링PEA)는 2020년에 각각 투자했던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잔여지분에 대한 투자금회수를 지난 2~3월 사이에 마쳤다.
당시 운용사가 보유하던 잔여지분은 칼라일(KB금융지주·1.2%), EQT파트너스(신한금융지주·1.8%)로 소수지분에 해당했지만 주가 상승기 호황을 톡톡히 누렸다. EQT파트너스는 투자 당시보다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50% 증가한 영향 등으로 인해 두 운용사가 올 초 블록딜로 확보한 금액은 약 7415억원에 달했다.
물론 블록딜 이후 자연스레 따라오는 주가하락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에 출자금을 돌려주고 대출을 상환해야하는 PE가 펀드 수익률을 높일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당국이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흥행에 영향을 미칠만한 투자자들의 행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의 투자금 회수 시도는 한동안 진행됐다. 올해 1~2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의 신한금융지주 보유지분 매매를 비롯해 지난달 말까지도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2.3% 블록딜 등이 대표적이다. PE가 엑시트(투자회수)한 물량은 대부분 외국인투자자가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투자업계는 고공행진하던 은행·금융가 지난 5일 줄하락하며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회수 릴레이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분 일부를 남겨둔 PE 운용사들이 묘수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운용사(GP)에 자금을 댄 출자자(LP) 또한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IMM PE는 신한금융지주(약 3%)·우리금융지주(1.38%) 지분을 남겨놓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어피너티 또한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1.8% 보유하고 있다. IMM PE는 2019년~2020년에 걸쳐 신한금융지주 전환우선주(CPS)·구주를 매입했으며, 우리금융지주 지분은 예금보유공사가 보유하던 지분을 2017년 매수했다. 어피너티는 2020년 EQT파트너스와 함께 신한금융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자자 명부에 이름 올렸다.
LP 관계자는 "최근 상승했던 주가가 새로운 기준 주가처럼 인식되어 향후 해당 기준점에 팔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데 비를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운용사들만의 전략이 빛을 발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