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동학개미

금현물·장기채 ETF로 몰려가

금현물 ETF 투자규모 역대 최고치

공포 속 안전자산에 쏠리는 돈…금현물 ETF 역대최대 유입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에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하락장을 뚫고 금,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은 오름세를 보였다. 국내 금 현물 ETF(상장지수펀)의 투자 규모는 상장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안전한 채권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8%선 밑으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반면, 대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에 5만달러선으로 떨어졌다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 금 현물 ETF’의 설정액(펀드에 들어온 자금의 총규모)은 19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890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불어난 수준이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에 연초 1000억원을 웃돌았던 총 순자산 규모도 사상 첫 3000억원(3013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만 개인들은 약 54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 역시 2021년 12월 상장 이래 최대 규모다.

금은 그 자체로 활용처가 적지 않고 유통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화폐가치의 하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절대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최근 ‘무차별 자산 투매 폭풍’에 국제 금값도 출렁이면서 변동성을 보였지만 여전히 안전자산 금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 모습이다. 자산관리업체 엑시니티 그룹 수석 시장 분석가 한 탠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금값에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진정되면 금 가격은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도 돈이 몰린다. 코스콤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조5000억원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장외시장에서 국채를 5227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준이 ‘빅컷’에 나설 경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진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33%포인트 내린 연 2.806%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다.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 막판 매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동시에 엔화 노출로 환차익을 노리는 미 장기채 ETF가 대표적이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와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전날 8%대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미국발 리세션(경기 둔화)에 JP모건에선 연준이 예정에 없던 긴급 금리 인하까지 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은 금리 인하의 확신을 더욱 주고 있다”고 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4만9100달러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5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만큼 매수 기회로 분석하기도 한다. 다만, 10X 리서치 설립자인 마커스 틸렌은 “현재의 경기 약세가 경기 침체로 더 악화하면 비트코인은 4만2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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