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에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활용품으로 수거되더라도 실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4개 중 1개 꼴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개꼴로 재활용이 불가한 쓰레기가 섞여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과 인력이 곳곳에서 낭비되고 있다.
해외에선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엄격히 선별할 수 있도록 재활용 배출에도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적용되고 있다. 이를 포함,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품의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는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2021년 기준)은 73%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는 ‘진짜 재활용’만 따지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23%에 그친다.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선별업체가 재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재질이 섞인 경구도 상당수다. 이른바 ‘잔재물’이다.
2021년 기준으로 가정에서 버린 플라스틱은 총 323만톤. 그중 분리배출 처리된 플라스틱은 145만톤이다. 145만톤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선별된 건 77만6000톤(54%) 뿐이며, 이 77만여톤 중에서도 실제 재활용된 건 약 45만톤에 불과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상당수가 무의미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재활용 관련 업체들도 수익을 내기 힘든 악순환에 빠진다. 불필요한 수거나 선별 작업 등 때문에 자생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영세할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 재활용 실적 및 업체 현황(2021)에 따르면 전체 약 6500개 업체 중 80%는 종업원이 20인 이하로 집계됐다. 종업원이 1~5인 이하인 업체도 55%에 달한다. 매출액으로도 1억원 미만인 업체가 57%이며, 45.2%는 아예 매출액이 없다. 보조금 등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무차별적으로 선별장에 쏟아지고, 영세하니 기술 투자도 어렵다. 비용만 늘고 정작 재활용품 품질은 떨어지는 구조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영세한 재활용업체로 구성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재활용 기술 투자가 어렵고, 고품질의 재생 원료 생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나 환경단체, 전문가 등은 진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만 배출·수거하는 방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한 새로운 배출 체계를 실험하는 지역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를 기반으로 하는 쓰레기 수거업체 리콜로지는 일반쓰레기(매립), 음식물쓰레기(퇴비), 재활용 쓰레기 총량에 비례해 요금을 매긴다. 대신 재활용 쓰레기 반입과 세척 등을 수시로 검사한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현 오오키정에서는 플라스틱도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배출하도록 한다. 일반쓰레기(태우는 쓰레기) 봉투(35리터 기준)은 10장에 600엔, 플라스틱 쓰레기는 봉투 10장에 100엔이고, 페트병만 무료 배출할 수 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활용을 늘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배출 체계가 재편되고 있다”며 “여기에 플라스틱 감축과 재사용 등에 대한 고민이 더하면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에서 재활용 선별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매일 플라스틱을 분류해도 헷갈릴 정도”라며 “진짜 재활용되는 것들만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널리 알리면 재활용 선별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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