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美 M7 시총 2.1경…‘AI 거품론’ 악재로 7월 초 대비 541조 감소
7월 마지막 날 엔비디아 13% 상승…‘9월 피벗’ 기대에 M7 급등세
파월 “9월 기준금리 인하 테이블 오를 수도”
三電 7월 ‘플러스’ 등락률로 마감…“8월 코스피 2950 가능”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한 마디에 한미 양국 증시에서 종적을 감췄던 ‘서머랠리(Summer Rally, 여름철 주가 강세 현상)’가 8월엔 다시 찾아올 수 있단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는 모양새다. 7월 한 달 동안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강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 종목 주가 곡선이 하루 만에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7월은 ‘매그니피센트7’ 대신 ‘멜팅7’…‘삼천피’ 기대도 무색
1일 인베스팅닷컴·매크로트렌즈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미 현지시간) 종가 기준 미 뉴욕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닷컴·메타플랫폼스·테슬라) 종목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15조3967억달러(약 2경1109조원)로 7월초 기준 15조7913억달러(약 2경1650조원) 대비 3946억달러(약 541조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시총(약 501조원)을 8% 정도 웃도는 수준으로, 7월 한 달 새 미국 M7 종목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규모의 회사 한곳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7월 M7의 주가 흐름은 기존의 ‘멋진(매그니피센트, Magnificent)7’이란 별명 대신 ‘비참한(미저러블, Miserable)7’, ‘녹고 있는(멜팅, Melting)7’ 등으로 불릴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AI 랠리를 맨 앞에서 이끌었던 ‘대장주’ 엔비디아의 7월 시총 감소액과 감소율은 각각 4878억달러(약 669조원), 16.04%에 달했다. M7 시총 감소 규모의 58.55%가 엔비디아 한 종목에 몰렸던 셈이다. 같은 기간 메타플랫폼스(-8.14%), 알파벳(-6.51%), 아마존닷컴(-5.97%), 마이크로소프트(MS, -5.38%)의 시총 감소 폭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
테슬라의 경우엔 7월 초 대비 7월 말 시총 규모는 오히려 17.59%(1109억달러, 약 152조원) 늘었지만, 지난달 10일(현지시간) 기록했던 최고점(시총 8388억달러) 대비 7월 말 기준 시총 규모까지 하락률은 19.27%(1439억달러, 약 199조원)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로 대표되는 AI 기술에 대한 모멘텀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실적 발표 후 어닝콜을 통해 로보택시 공개 일정이 지연되고 슈퍼컴퓨터 ‘도조’의 훈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등 AI 부문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이 확인되며 역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 기술주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증시 역시 7월 상순까지 증권가에서 제시됐던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 희망이 무색해질 정도로 7월 중·하순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11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2891.35에 장을 마치며 29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이내 고꾸라져 지난달 25일 장중 2703.86까지 내려앉는 등 2700선 붕괴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기도 했다.
7월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0.97%, 4.44%씩 하락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투자 금액 대비 AI의 수익화 가능성과 규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빅테크 종목에)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피벗 기대감에 “8월 코스피 2950까지도 가능”
한 달간의 부진을 뒤로하고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포인트는 미 증시 7월 마지막 거래일 하루에 기록한 급등세다. 8월엔 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한 ‘서머랠리’에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까지만 해도 7월 초 대비 8677억달러(약 1190조원)에 이르렀던 M7 종목들의 시총 감소액이 하루 만에 4731억달러(약 649조원)나 회복됐다는 점이다.
전날 M7의 경우 엔비디아 주가가 12.81%나 오른데 이어 테슬라(+4.24%), 아마존닷컴(+2.90%), 메타플랫폼스(+2.51%), 애플(+1.50%), 알파벳(+0.73%) 등이 상승 곡선에 올랐다. MS만 전장 대비 1.08% 하락 마감했다.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01%나 급등한 5233.18에 마감했다.
이날 투심에 불을 지핀 것은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마침내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고 강력 시사한 파월 의장의 회견이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9월에 금리 인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마감 무렵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했다.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25bp씩 3회 인하할 확률도 63%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12월까지 기준금리가 100bp 하락할 확률도 11.2%로 상승한 게 눈에 띈다.
국내 증시에서도 지난달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하며 ‘8만전자’ 붕괴까지 우려되던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이 마지막 날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을 바탕으로 월초 대비 2.94% ‘플러스(+)’ 전환한 것도 투심엔 긍정적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전날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엔비디아에) 본격적으로 양산 공급할 예정”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덕분에 7월 31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가는 3.58%(2900원) 오른 8만39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역시 하반기에 공급을 확대하고, 이에 맞춰 생산능력(CAPA) 확대에 나서겠다고 한 점도 한동안 떠나 있던 AI주 투심을 돌아오게 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D램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D램 마진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HBM3E 본격 양산으로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8월 중 코스피 지수가 최고 29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조정을 거쳐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9배에서 9.3배 수준으로 하락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상황에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추정치는 300조원에서 313조원으로 늘었다”면서 “미국 경제 지표, AI 산업 성장세 우려, 미국 대선 등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재료가 남아 있어 주식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낙폭 과대, 이익 호전을 이유로 반도체·자동차주를 추천했고, 이익 모멘텀이 강화한다는 점을 들어 조선·헬스케어·방산주도 언급했다. 금융주에 대한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