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한동훈 대 반한동훈’ 거쳐

문자 논란 속 ‘친윤 대 친한’ 계파전으로

“애매했던 친윤 인사들, 갑자기 뭉치기 시작”

총선 백서 발간 시점, 전대 추가 변수로

與 당대표 적합도 1위 한동훈…국민의힘 지지층서 55% [NBS]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본격적인 정견발표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현·한동훈·나경원·원희룡 대표 후보.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이 ‘친윤석열계(친윤) 대 친한동훈계(친한)’ 둘로 쪼개지고 있다.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으로 흐르던 구도에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기름을 부으면서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 한 후보를 상대로 경쟁주자들이 연일 총선 참패 책임론을 키우는 가운데, 링 밖에서는 문자 유출 의도·경로를 둘러싼 충돌이 한창이다. 한편에서는 구심점을 잃었던 친윤계가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하면서 ‘한동훈 대세론’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경원 후보는 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저희 당에 한동훈 후보의 계파가 새로 생겼다”며 “빨리 사과하고 이 논란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한 후보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나 후보는 “본인(여사)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히 비대위원장의 책무”라며 “이것(명품백 논란)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에 중요한 단초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는데 답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다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되는 직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당권주자들고 앞서 “문자를 공개하거나, 사과하고 끝내자(원희룡 후보)”, “자기가 미숙했다고 한마디로 사과하든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윤상현 후보)”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전날 광주 합동연설회 직후 사과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자가 오픈 됐다고 한다면 야당이 ‘국정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까”라며 “어떤 부분을 사과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리 전당대회 국면에서 급하더라도 영부인의 사적 문자까지 공개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이냐”라며 “어떤 분들이 뒤에 있는지 국민들께서는 예상이 가능하실 것”이라고 친윤계를 저격했다. 과거 친윤계였으나, 현재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전날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김 여사의 문자를 몇몇 의원들과 공유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이번에 영부인의 문자를 유출해 전당대회판에서 당과 대통령실을 위기에 몰아넣는 자”라고 공개 저격했다. 이 의원은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며 법적대응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권에서는 지난 총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개인 간 갈등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전’으로 번졌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특히 총선 참패와 원내대표 구인난 등을 거치며 구심점을 잃었던 최대 계파인 친윤계가 ‘반한동훈 기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결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1위 주자가 상대편을 뭉치게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관계가 애매했던 친윤 핵심인사들이 갑자기 뭉치고 있지 않나. 분화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반한동훈 연대 주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놓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싸움이 격해지면서 대놓고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이제 대세론은 아니다”고 했다.

전당대회의 추가 변수로는 총선 결과 원인과 분석을 다룬 ‘총선 백서’가 꼽힌다.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이르면 11일 황우여 비대위원장을 만나 백서 발간 시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후보를 제외한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 이전 발간’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