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현장 엔비디아 AI 적용 사례
디지털 휴먼 제작·제조 공장 최적화 등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자연재해 대응 가능
중장기적으로 물리적 AI인 로봇에 집중
[헤럴드경제(타이베이)=김민지 기자] 쇠락하던 대만 ‘컴퓨텍스(Computex)’ 행사가 AI 시대의 개막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그 중심에는 AI 반도체 업계의 ‘아이돌’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있다. 그는 컴퓨텍스 개막 이틀전부터 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립 타이완대학교 스포츠센터 빌려 전세계에 자신의 AI 철학에 대해 전했다.
엔비디아의 AI 기술은 전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적용되며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휴먼, 로봇,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스마트공장, 게임 등 차세대 산업에서 엔비디아의 AI를 필수불가결한 것 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2024 컴퓨텍스’ 현장에서 진행된 엔비디아의 여러 세션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동되고 있는 엔비디아 AI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디지털휴먼 제작 간소화…디지털 트윈 지구로 재난 대응도=엔비디아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전세계 개발자들이 NIM(추론 마이크로서비스)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NIM은 AI 모델을 최적화된 컨테이너로 제공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워크스테이션에 배포할 수 있다.
NIM을 활용한 사례는 다양하다. 디지털 휴먼이 대표적이다. AI PC와 노트북에 설치할 수 있는 ACE PC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고객 서비스, 원격 의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개발자들이 사실적인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화, 운영을 간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디지털휴먼은 인간과 정말 비슷할 정도로 사실적인 피부와 헤어를 구현했다. 모공 하나하나,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황 CEO는 “디지털 휴먼은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엔비디아 ACE가 개발자 생태계에 멀티모달 거대 언어 모델과 신경 그래픽 혁신을 제공함으로써 컴퓨터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 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용자 목적 중심(intent-driven) 컴퓨팅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AI 기술을 활용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의 기상과 기후를 예측하고 있다. 어스(Earth)-2 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AI, 물리 시뮬레이션 그리고 관측 데이터를 융합해 국가와 기업이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잦은 대만이나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미리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2050년까지 백만 명의 목숨과 연간 1조 70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방침이다.
황 CEO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지구상의 지속적인 날씨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후 변화의 영향을 통해 우리가 더 잘 적응할 수 있고 이제 우리의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지구의 디지털 트윈은 아마도 지금까지 수행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 공장 구현해 공정 최적화…물리적 AI 정점 로봇 정조준=엔비디아는 3차원 가상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통해 주요 전자업체들의 공장 자동화도 지원하고 있다. 전세계에 공장 170여곳을 가동 중인 폭스콘은 최첨단 공장을 옴니버스에 그대로 구현했다.
폭스콘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엔진인 블랙웰 HGX 시스템을 멕시코 공장 전체에 디지털 트윈으로 적용해 공정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폭스콘 엔지니어들이 가상 공장에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공정을 최적화하고, AI 로봇도 가상에서 훈련시켜 실제 서버 제조에 적용하는 식이다. 전체 공정의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대의 비디오 카메라를 포함한 수천 개의 센서를 매트릭스 형태로 설치해 공장 운영자에게 모든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
류양웨이 회장은 “새로운 수준의 자동화와 산업 효율성을 달성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간 전력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옴니버스에 가상 공장을 구현하는데 드는 시간은 2~3달 가량이다. 이미 지어진 공장의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공장 건설 전에 미리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생산라인, 로봇 배치 등을 최적화한 공장을 현실에 빠르게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도 오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와 협력해 반도체 공정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젠슨 황 CEO가 집중하고 있는 다음 목표는 단연 로봇이다. 그는 로봇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AI, 걸어다니는 AI라고 보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는 책상(데스크톱)과 주머니(스마트폰), 데이터센터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는 걷거나 바퀴로 굴러가는 컴퓨터(로봇)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AI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강력한 툴킷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전자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자율 로보틱스를 공장에 통합해 옴니버스에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물리적 세계를 위한 새로운 AI를 테스트, 검증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500만대 이상의 로봇이 사전 프로그래밍돼있다.
젠슨 황은 “로보틱스가 여기에 있고, 물리적 AI가 여기에 있다”며 “이것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며 대만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