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불안에 친기업 정책 제동 우려

삼성 계열사 임원 주 6일 근무 확산

대내외 경영 위기감에 자발적 동참

SK그룹도 토요일 사장단 회의 부활

재계 전반으로 비상경영 체제 확산

총선 이후 친기업 정책 제동 걸리나…재계, ‘비상경영’ 확대 선언 [비즈360]
삼성전자 서초 사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현일·김은희·김지윤 기자]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이번 주말부터 ‘주 6일 근무’에 돌입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근무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의 위기감도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거시경제 위기와 맞물려 최근 총선 이후 정부의 기업 세제 지원·규제 개선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 전체가 ‘긴장모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모든 임원들은 이번 주말부터 주 6일 근무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원·개발부서를 중심으로 임원의 절반이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임원들까지 자발적으로 동참하기로 하면서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설계·조달·시공(EPC) 3사도 연초부터 주 6일 근무를 시행 중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임원들도 조만간 주 6일 근무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임원들이 직접 주말에도 출근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뜻이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까지 촉발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환율과 유가까지 치솟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율에 대한 불만으로 전날 창사 이래 쟁의행위에 나서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의 정치적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총선 결과로 인해 그동안 기업의 세제혜택이나 규제 완화를 기대케 했던 법안들이 추진될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고 보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이 비상경영에 나서면서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이미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SK는 2000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사라졌던 그룹 경영진 토요일 회의를 지난 2월 부활시켰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월 1회 평일 개최에서 격주 토요일 개최로 강화하면서다.

또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은 월 2회 금요일 휴무 제도 자율화에 사실상 휴일을 반납했고, 적자를 지속 중인 SK온 임원은 이석희 사장의 지시로 오전 7시 출근을 이어가고 있다. SK는 핵심 축인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점검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오는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화와 GS, HD현대, 두산 등 다른 대기업은 아직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주 6일제 근무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어려운 글로벌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가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킬 때부터 비상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삼성이 임원 주 6일 근무를 사실상 공식화하며 생각보다 강한 조치를 나왔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전반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삼성의 이번 움직임으로 임원들의 주말 출근은 물론 비상경영 확대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친기업 정책 제동 걸리나…재계, ‘비상경영’ 확대 선언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