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낸드가격 상승, 실적 반등 기여
감산 효과에 AI 서버용 SSD 수요 증대
“2분기 D램보다 가격인상폭 더 클 것”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작년 한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극심한 부진을 야기한 낸드플래시 사업이 1분기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 사업의 호조는 곧바로 깜짝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양사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낸드 부문에서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 4분기(-1조1000억원) 이후 여섯 분기 만이다. 앞서 작년 4분기 D램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낸드는 여전히 부진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업계는 1분기 역시 전통적인 비수기인 만큼 낸드 실적이 하반기부터 깨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를 뒤집고 낸드 사업은 1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키움증권은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실적이 2000억원, SK증권은 5000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사업을 관할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체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 낸드 실적이 여전히 적자이지만 그 폭을 크게 줄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50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전 분기 기록한 -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80% 감소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낸드 시장은 지난해 수요 부진과 넘쳐나는 재고 물량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 한 해 낸드 부문에서 기록한 영업적자 규모만 각각 -11조원, -8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1분기 낸드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던 제품의 시장가격이 장부가격보다 상승하면서 그동안 발생한 손실을 메우며 실적 반등에 기여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 평균 계약가격이 최대 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 최대 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낸드 가격의 상승은 작년부터 지속된 감산정책 효과와 더불어 AI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고용량 낸드가 필수인데 최근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낸드 타입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1월 열린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고부가가치 낸드 제품인 서버용 데이터저장장치(SSD) 제품 중심으로 주문이 쌓이고 있다”며 “상반기 중 재고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낸드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낸드 실적이 1조3200억원, SK하이닉스는 2000억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2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 인상폭에 대해 반도체 업체들은 15%, 고객들은 5%를 주장 중인데 그 중간인 10%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감산효과 지속과 고객들의 eSSD(기업용 SSD) 주문 증가로 D램 가격보다 좀 더 큰 폭의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NAND)란?〉 D램은 처리 속도가 빠른 대신 용량이 작고 전원이 꺼지면 저장한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게 단점이다. 반면 낸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크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낸드는 보조기억장치로 사용되는데 하드디스크 대신 사용하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USB 장치, SD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의 저장용량을 256GB, 512GB, 1TB 등으로 나누는 기준도 낸드플래시 용량이다. D램에서는 회로의 선폭을 줄여 작게 만드는 미세화가 최우선 과제라면 낸드는 용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셀을 수직으로 높이 쌓아 최대한 저장용량을 늘리는 3차원(D) 낸드 적층경쟁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