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심 식품사, 환차익으로 수혜
장기땐 입국 수요 감소·원자재 부담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고환율에 식품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당장 환차익으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장기화 때는 수입국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솟는 국제유가에 환율까지 부담이 커진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0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종가 기준 1400원대를 돌파한 건 1997년 외환위기(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사태 여파 3차례가 전부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삼양식품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사는 수혜를 보고 있다. 통상 수출 결제 대금은 달러로 받는다. 환율 상황을 판단해 원화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증가세다. 불닭볶음면 등 대표 제품 덕분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8093억원이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도 경신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2021년 60%를 돌파했다.
하지만 고환율 기조가 계속된다면 마냥 웃을 수 없다. 제품을 들여오는 수입국 입장에서 환율 상승에 부담을 느껴 물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입 업체도 중간 이윤을 붙여 판매해야 하는데 수입물가가 비싸지면 들여오는 물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며 “환율이 적당히 높다면 수출업체가 유리하지만, 고환율이 계속되면 부정적인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수출은 완제품으로 이뤄진다.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한다. 계약한 물량만큼 들여오는 구조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반영되기까지 시차는 발생한다. 하지만 다음 계약 때는 상승한 환율을 적용해 수입 가격 자체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내수에 집중하는 식품사들의 고민은 더 깊다. 최근 중동 전쟁 확전으로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생산비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비중이 생각보다 큰 상황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내에서도 환율이 1400원대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못해 사업 계획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고환율 압박이 물가 인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식품 업체는 다른 업종과 달리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으로 낮다. 원자재 가격 지출이 커진다면 판가 인상 외에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가격을 인하한 품목도 있는데 고환율까지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