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기준 금리 하단 3.05% ‘혼합형 주담대’
금융당국 새로운 고정금리 비중 지침에 포함 안 돼
혼합형 주담대 금리 인상 전망…‘시장개입’ 비판도
“은행 리스크관리비용 커져…금리 수준 높아질 수”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당국서 은행권에 대한 새로운 고정금리 대출 확대 방침을 시행한 가운데, 되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국이 정한 새로운 고정금리 취급 목표치에 혼합형 상품이 포함되지 않으며, 여타 상품 판매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방침에 ‘혼합형’ 제외…“5년 주기형 주담대 팔아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4일) 금감원은 가계대출 질적 구조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은행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율(30%)을 신설했다. 기존과 달리 정책모기지 및 혼합형 주담대 상품이 비중에서 제외된 게 특징이다. 금감원은 “차주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자체 순수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혼합형 주담대 상품은 5년 고정금리가 적용된 후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을 뜻한다. 지난해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중 혼합형 상품의 비중은 18.8%로 변동형(48.2%)과 고정형 정책모기지(22.9%)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이같은 혼합형 주담대의 인기는 최근 들어 더 가속화되고 있다. 고정금리 확대 방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낮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인 영향이다.
하지만 당국서 혼합형 주담대가 제외된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도입하며, 추세에는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처럼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경우, 새로운 고정금리 비중 목표(30%) 달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새로운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에 포함되는 5년 주기형(5년마다 금리 변동) 상품 판매 및 대환 유도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말 기준 주기형 주담대 비중은 은행 평균 18% 수준이다. 5년 이상 순수고정금리 상품도 새로운 고정금리 비중에 포함된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 중 5년 이상의 순수고정금리 상품을 운용하는 곳은 농협은행 한 곳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순수고정금리 상품을 취급하고자 해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안이 부족한 데다,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비용이 금리에 반영되며 금리 매력도도 낮을 것”이라면서 “현재 비중 충족을 위해서는 신규 취급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5년 주기형 주담대 대환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최저 3%대 혼합형 주담대 금리 올린다
문제는 5년 주기형 주담대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기존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높이는 방안이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역마진’까지 감수하며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끌어내린 상태다. 혼합형을 포함한 고정금리 확대 방침이 이어진 까닭이다. 지난 4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3.05~3.77%로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3.79%)와 비교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들은 당장 적용되는 금리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마진이 없는 수준으로 내려오며 8~90%에 가까운 신규 수요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여타 상품 금리를 낮추기보다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판매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담대 표시금리 수준이 가장 낮은 농협은행의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3.95~5.95%로 혼합형 상품(3.05~4.95%)보다 약 1%포인트가량 높은 상황이다. 가계대출 규모1위인 KB국민은행의 경우 혼합형 주담대 금리과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주기형 주담대 판매를 늘리기 위한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일부서는 이미 5년 주기형 상품 비중 향상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현재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을 5%대로 책정하며, 5년 주기형 주담대(3.77%)와 비교해 높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 등 정책에 맞추기 위해 5년 주기형 상품을 중점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5년 혼합형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선택권 줄어든다“ 금융당국 ‘시장개입’ 비판 계속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의 주담대 금리가 유지되기는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가 5년씩 고정되는 주기형 주담대 상품은 변동금리와 섞인 혼합형 상품에 비해 리스크관리 비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원가가 늘어나니, 가격(금리)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당국의 지침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예컨대 지금과 같이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될 경우, 주담대 변동금리의 인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변동금리를 택할 경우, 금리 인하 체감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은행권이 취급한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중은 34.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에 더 많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면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주기형 주담대 등 특정한 상품을 유도하면서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 비율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은행이나 소비자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