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15일부터 자율배상 절차 돌입
하나·신한銀은 자율배상금 지급 사례 나와
리딩금융 지각변동…신한금융 탈환 예상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자율배상에 돌입하면서, 금융지주 1분기 실적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딩금융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국민은행 예상 배상액이 상반기에만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주사 실적 순위에도 큰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자율배상 돌입…신한銀도 자율배상금 지급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홍콩 H지수 기초 ELS 손실 배상 대상 고객 전원에 대해 자율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만기가 도래해 손실율 및 배상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자율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배상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되며 해당 고객에게는 본부 차원에서 자율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다.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적으로 유선을 통해 안내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고객부터 신속히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 및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실천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자율배상은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약 10명의 H지수 ELS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서도 배상금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단 농협은행의 경우 여전히 배상 시스템을 구축하며 배상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이달 중순 이후 자율배상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기와 관계없이 시중은행의 배상금은 모두 1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SK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8800억원에 이른다. 하반기에도 1500억원 수준의 예상 배상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하반기를 모두 합친 배상액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3200억원, 하나은행은 1900억원, 농협은행은 29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리딩금융 지각변동 오나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배상금이 비용으로 잡히면 금융지주의 실적 순위에도 큰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배상금이 큰 국민은행의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자산규모 대비 배상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한금융의 경우 선방할 거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최근 1개월 이내 추정치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순이익 감소율은 18%에 달한다. KB금융의 1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2.4% 감소한 1조862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순이익의 경우 9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영업익 컨센서스는 1조8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하되, 순이익 컨센서스는 10.6% 감소한 1조2414억원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은 영업익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12.8% 감소한 1조3248억원으로 영업익 예상 감소율이 KB금융보다 높았다.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7.2% 감소한 9128억원으로 분석됐다.
한 시중은행의 재무담당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경우 배상금 규모가 워낙 커서 연간으로는 상쇄가 가능할지 몰라도 1분기 실적에 대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금융지주의 실적은 그룹 내 은행 의존도에 따라 그 타격 정도가 달라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에 있어 은행 의존도가 각각 60%대에 그쳤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가 99%에 달했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이 지주의 순이익보다 더 높았을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상금액 자체는 KB금융이 크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그 영향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