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주지 않던가 (중략)” - 김남조의 시 ‘설일(雪日)’

해송(海松)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겨울 차디찬 바람 싣고 떠나는 기차의 뒷모습은 쓸쓸하지만 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늘 아래 외톨이라도 하늘만큼은 나와 함께라 하지 않았나. 생을 ‘황송한 축연(祝筵)’이라 노래한 시인의 겸허한 마음이 화폭에도 담겼다. 삭막한 겨울바다마저 너그럽고 포근하다.

시인의 펜과 화가의 붓이 만났다. 원로시인 김남조의 88세 미수(米壽)를 기념해 13명의 화가들이 동명의 그림으로 시인의 시를 그려냈다. 서양화가 노태웅(59)은 김남조의 ‘설일’에 헌정했다.

박돈, 민경갑, 전준엽, 이명숙, 노태웅, 이희중, 황주리, 김선두, 정일, 노주환, 안윤모, 황은화, 한젬마가 참여해 2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가 있는 그림’전은 15일까지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서림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515-3377)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