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워크숍 사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김범수
-자율·수평 상징이었던 카카오…스타트업에 멈춰있는 기업 문화 변화 필요 절실
-김범수 “카카오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쇄신” 초강수
[헤럴드경제=박세정·이영기 기자] #. 2009년 겨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와 전 직원은 홍천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카카오 신화의 시작이 된 카카오톡 출시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워크숍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김 센터장과 10여명 남짓 한 전 직원이 숙소 거실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취기가 오른 듯 얼굴이 붉어진 김 센터장은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센터장이 직원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토론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과거 카카오는 이 사진이 카카오의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수평의 상징이었던 카카오의 기업 문화가 14년 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스타트업 시절에 멈춰있는 기업 문화가 각종 내홍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수평 문화를 비롯해 카카오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쇄신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김 센터장은 지난 11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입을 뗐다.
그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사회의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갈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김 센터장은 수평 문화 등 그룹 문화 전면을 손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센터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기준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 경영진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2024 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 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한다”며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 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 그룹으로의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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