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48% 늘어
시중은행은 28% 증가…지역 중소기업 ‘경영난’ 영향
지방 법인파산 건수도 1년 새 80%↑…‘자금난’ 우려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자도 갚지 못해 사실상 ‘무수익’으로 분류된 부실대출이 유독 지방은행에서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둔화의 영향이 지방은행 주요 고객인 지역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영향이다. 지방은행들은 꾸준한 부실대출 상·매각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1년 새 연체율이 두 배가량 상승하는 등 건전성 지표 하락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48%↑…시중은행은 28%↑
10일 은행권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5개 지방은행(대구·부산·경남·광주·전북)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7828억원으로 전년 동기(5271억원)과 비교해 48.5%(2556억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2조2588억원에서 2조8988억원으로 28.3% 증가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지만, 지방은행에 비해서는 20%포인트가량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무수익여신이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원리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받지 못하거나, 채권재조정·법정관리 등으로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 대출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된다.
개별 은행을 살펴보면, 중·저신용 고객 비중이 높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율이 각각 104%, 103%로 1년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밖에도 대구은행의 무수익여신이 1308억원에서 2252억원으로 72%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의 무수익여신은 36%(434억원) 증가했다. 경남은행에서만 유일하게 18%(252억원)의 감소세가 나타났다.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방은행에서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평균 무수익여신 비율은 0.46%로 전년 동기(0.3%)와 비교해 0.1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평균 무수익여신 비율은 0.17%에서 0.22%로 0.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지방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상·매각하며 부실채권 비중 상승을 막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5개 지방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만 총 8334억원의 채권을 상·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788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5개 지방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0.54%로 전년 동기(0.37%)와 비교해 0.17%포인트 늘었다. 4대 시중은행 평균(0.24%)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방 중소기업 ‘파산’도 급증…‘중기 자금난’ 우려 계속
지방은행에서 유독 빠르게 건전성 악화가 나타난 것은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의 영향이 지역 중소기업들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 탓이다. 3분기 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기업대출금 중 중소기업 비중은 평균 91.1%로 4대 시중은행 평균(78.6%)과 비교해 높다. 심지어 지난 4월까지 지방은행들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 의무가 신규취급액 60% 수준으로 시중은행(45%)에 비해 높았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지역 거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를 늘려왔다.
실제 지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악화 추세는 심상치 않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을 제외한 지방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건수는 총 4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4건)과 비교해 80.7% 증가했다. 수도권 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건수는 60.5%(341건) 늘었다. 대구지방법원의 경우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올 3분기 누적 178건으로 전년 동기(41건)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지방은행들은 우량 가계대출 및 대기업 대출을 늘려,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신규취급액 60%로 제한됐던 지방은행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 의무 비중은 올 4월을 기점으로 50%로 낮아졌다. 이에 5개 지방은행의 3분기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0조714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4%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2%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지역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공급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이후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에 자금 조달을 의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4분기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전망)지수는 28로 대기업(14)보다 두 배 높았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대기업(3)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고객의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도 꾸준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건전성 유지가 가장 큰 우선순위 중 하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실 확률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 관리에 더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