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미국 경기 둔화에 평균
거래량 7개월만 최대치…골드뱅킹 계좌수도 확대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위험 회피(헤지·hedge) 수단으로 사용되던 금이 최근 들어선 ‘글로벌 경제 불안 심리’에 요동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불안한 국제 정세,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집 현상까지 겹치면서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KRX)에 따르면 지난 7일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15% 오른 8만647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일 금 1g당 가격은 장중 8만791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KRX 금 시장이 2014년 3월 24일 거래를 시작한 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그러자 금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KRX금시장의 지난달 금 거래량은 1222.8㎏으로 4월(1385.5㎏)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역사적인 금값 오름세를 기록한 지난 4일엔 하루에만 금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각각 172.4㎏, 150억원에 달했다.
최근 금 가격은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1월 말 기준 온스당 1463.94달러에 불과했던 금값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접어든 2020년 4월 1713.4달러로 5개월 새 14.6%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시기에도 상승폭이 컸다. 금값은 지난해 1월 말 1797.17달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인 2월 말 1908.99달러로 한 달 만에 5.8% 상승했다.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글로벌 은행 도산 위기가 번졌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도 비슷했다. 올해 2월 1826.92달러에서 다음달 1969.28달러로 7.2% 뛰었다.
올해 하반기에 금값은 미국 국채 10년물 가격 상승에 따른 달러 가치 향방에 등락을 반복했다. 통상 금 가격과 달러 가치는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달러 가치가 치솟기 시작한 9월 말 금값은 1848.63달러였지만, 미국 국채 금리 하향에 따라 달러 가치가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11월 말 금값이 2036.41달러로 두 달 만에 9.2% 늘었다.
이에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4일 기준 골드뱅킹(금통장) 계좌 수는24만9809좌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4%(5828좌) 늘었다. KRX금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시중 증권사에 개설한 금현물계좌 또한 30대 이하의 젊은층 소유자 비중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금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내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준의 금리 인하 행진으로 금값이 23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값이 뛰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경기 하락에 위험자산 가격이 나빠질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정도까지는 금값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 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일단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접근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굉장히 탄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