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태어나자마자 선천적으로 질환이 있는 경우, 엄마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 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죠.”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3년차 양지희 간호사)
수십, 수백번을 겪어 왔을 아픔이지만 여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그 죽음의 당사자가 ‘아기 천사’일 경우는 더 그렇다.
이런 일들이 소아중환자실에서는 빈번하다. 소아중환자실에는 소아암, 간이식, 폐렴, 각종 증후군 등 광범위한 질환을 가진 환아들이 있다. 이들은 성인 환자와 다르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간호사들은 중환자라는 특성뿐만 아니라 소아환자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한 환아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어쩔 수 없이 주보호자와 분리돼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나를 두고 갔어”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엄마의 역할과 마음으로 환아를 돌보는 것, 일명 마더링 케어(Mothering Care)가 필요한 이유다.
“환아들이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돼요. 어디가 간지럽나, 아픈가, 자세가 불편한가, 배가 고픈가.”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8년차 홍준희 간호사)
일반적으로 환아들은 짧게는 한 달, 반년, 1년 가까이 머문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아들은 고통에 무감각해져간다. 주사 바늘이 몸에 들어가도 반응이 없다. 다만 간호사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간호사이자 엄마가 된 간호사들은 환아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예쁜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어서, 환아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줘요.”
환아들을 달래려는 노력은 평소에도 지속된다. 간호사들은 서툰 손으로 인형, 장난감 등을 만들어본다. 크리스마스 때는 산타 모자를 쓰고 근무하고 어린이날, 환아 생일 등 아이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을 어김없이 챙긴다.
“아주 작은 환아들에게 자장가 불러주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마음을 표현해주면 환아들도 느끼는 거 같아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4년차 황유진 간호사)
모두가 잠든 자정. 여전히 소화중환자실은 바쁘게 돌아간다. 환아에게 투입돼야 할 약물을 만들고, 하루 상태를 살피기 위해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중환자실이기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다. 현재 국내에 있는 소아중환자실은 10여 곳. 이곳에 근무 중인 간호사들은 오늘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맞는다.
“환아와 보호자에 또 다른 가족이 돼주고 싶어요. 이 낯선 공간에 또 다른 가족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면 아이들도 편해지고 덜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고, 보호자분들도 조금 더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