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며 2001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는 1970년에 발표한 그의 대표 논문 ‘레몬의 시장(부제: 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에서,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 정보의 비대칭에 의한 역선택을 논하였다.
숨겨진 결함으로 인해 중고차시장의 평균가격보다 낮은 품질의 중고차를 소유한 사람은 기꺼이 평균가격에 팔려고 하고 평균가격 보다 높은 품질의 중고차를 가진 사람은 평균가격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외 다른 루트를 통해 팔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즉. 시장에 나와 있는 중고차는 레몬(결함이 있는 상품)일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는 ‘레몬’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품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역선택’의 구조적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정책에 있어서는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가의 전력정책은 산업과 경제에 대한 기여도, 안정성, 친환경성(탄소중립),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성된 전원믹스(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영된다.
전원믹스의 틀 안에서 24시간 중단없이 공급되는 기저전력이면서 가격도 가장 저렴하고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에너지가 원전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원전의 혜택을 보고 살았고 앞으로도 전원믹스의 주요 구성원으로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
원전 가동에 따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저장하고 처분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고준위방폐장의 위치를 정해야 하는데 그 위치가 될 수 있는 기술적 요건, 선정방법, 정해진 지역에 대한 지원방안 등이 규정될 수 있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 과학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지역주민이 정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인 법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중저준위방폐장도 관련 특별법의 제정으로 성공했다.
원전가동 뿐만 아니라 원전해체를 하려고 해도 고준위방폐장은 필요하다. 원전진흥을 추구하는 정당이든 원전축소를 추구하는 정당이든 고준위방폐장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고준위방폐장을 추진한다면, 특별법의 근거 하에 추진 또는 특별법 없이 추진,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 답은 명확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붙여놓으니 둘다 안된다고 판단하고 분리하여, 고준위를 유보하고 중저준위방폐장을 우선 확보하는 지혜를 발휘한 바와 같이,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한 내용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외 이견이 있는 사항은 시행령, 시행규칙, 관련 정책으로 유보할 수 있다. 또한 향후 국가적인 필요성과 여야간 협치에 따라 개정도 할 수 있다.
이번 국회의 업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별법이 제정되도 오랜시간이 소요되는 고준위방폐장인데 특별법 조차도 제정되지 않으면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은 언제 착수할 수 있는지? “Nothing or Everything”이 아니라 “Something”이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이번 국회 임기 내에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회의 역선택이며, 국회를 구성한 국민의 역선택이 된다. 하여 국회의 지혜로운 리더십으로 이번 국회 임기 내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김광표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