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팝업스토어 12월 9일까지 성수동서
‘최저도수·제로슈거’ 충청소주 얼굴 알리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놀이동산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소비자를 기다린다. 병뚜껑 모양의 보트를 타고 50m 물길을 둥둥 떠다니는 것으로 여정은 시작된다. 파란 고래가 그려진 뚜껑을 분수대에 던지며 소원을 빈다. 물과 모래섬을 지나 약 20분의 여정을 끝내면 커다란 화면에서 대형 고래를 만난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17일부터 12월 9일 오후 7시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Plop Sunyang)’을 운영한다. 국내 최저 도수(14.9도) 소주인 선양을 만드는 맥키스컴퍼니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충청지역 소주회사다. 연간 매출이 약 500억원 규모인 맥키스는 지난 1973년 충청도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만든 금관소주가 모태다. 이름에는 ‘이을 맥(脈)’과 ‘키스(Kiss)’를 결합해 사람과 사람을 잇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팝업스토어의 이름인 플롭은 ‘퐁당, 물에 빠지다’라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선양 소주의 상징인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지난 17~19일에 약 3000명이 방문했고 사전예약은 조기 마감됐다. 현장예약으로만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공간에서 만나는 브랜드존에서는 플롭샷, 플롭하우스, 플롭스핀 등 3가지 미니 게임이 준비돼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 주는 쿠폰으로 선양오뎅포차에서 선양 소주와 오뎅 세트를 교환할 수 있다. 선양오뎅포차존에서는 성수동에서 선양 소주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을 지도로 표현했다.
대전에 본사를 둔 소주회사가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연 이유는 전국에 지역소주를 알리며 치열한 주류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현재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양사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소주가 대중화된 1970년 중반부터 1990년 후반까지는 ‘자도주 의무 구매’란 게 있었다. 시도별로 1개의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생산량의 50%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한 이 규정으로 인해 ‘수도권은 진로, 부산은 대선, 경남은 무학’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가 있었다.
일부 업체의 시장 독점을 막고 지방 소주업체를 육성한다는 취지였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가 자유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규정이 폐지되면서 경쟁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후 지역에서 80%까지 점유율을 가졌던 지역소주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맥키스컴퍼니는 올해 선양을 리뉴얼 출시하며 지역소주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국내 최저 도수(14.9도)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편 여자 아이돌가수인 미연(그룹 아이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마케팅에도 힘쓰는 게 대표적이다.
김현우 ESG경영실장(홍보실장)은 “그동안 지역소주들이 서울에 도전했지만 인지도의 한계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며 “우리는 ‘변방의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이색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양은 11월 기준 전국 홈플러스에 입점한 상태다. 수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중국, 라오스, 몽골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캐나다, 브라질, 페루 등 미주지역과 수출을 협의 중이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더불어 20·30대 중심의 지역보다 개인 취향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생긴 것이 달라진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소주를 찾던 분들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로열티가 줄었다”며 “오히려 작은 지역 업체로서는 전국에 제품을 알리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