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해선 이번 인상 사이클 이후 처음으로 인하 가능성이 언급되며 의견이 갈렸다.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5명이 긴축 강화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1명은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둘 다 열어뒀다.
한은이 7일 공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회의에서 "국내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인해 성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 및 물가에 대한 상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올해 및 내년 성장률 경로는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 주로 기인해 8월 전망을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며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향후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위원은 "물가는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요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고금리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개양상과 국제유가 및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추이, 가계부채 동향,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정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을 살펴보면서 다음 회의 시에 추가 인상 여부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내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상승과 기상 여건 악화의 영향 등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3개월 같은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향후 물가 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상방 리스크가 다소 큰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외 경제 상황의 전개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관찰하면서 추후 인상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 위원은 "물가의 하방 요인보다 상방 리스크가 크다.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진 데다 향후 중동 사태가 악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심화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점,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점을 감안해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위원은 "향후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 전망 대비 물가목표 수렴 시기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여 그 속도와 그에 따른 시기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가 경로 상에는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최근의 물가 상방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한 긴축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강화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향후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현재화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아질 경우에는 추가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