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아무리 보기 싫어도…먹이 금지라니”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거리의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가 금지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과태료까지 부과될 수 있다. 비둘기가 먹이 주기 등을 금지할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되면서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도시에서 나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를 굶기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게 ‘야만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법안과 조례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야생생물보호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오는 12월 20일 시행 앞두고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는 내년 1월24일부터 적용되는 관련 조례가 지난달 16일 발의됐다. 도시공원, 문화유산 보호구역, 한강공원을 비롯해 공중보건과 민원 해소 등을 위해 서울시에서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데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두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유해야생동물이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을 말한다. 유해야생동물은 같은 법 제23조3항에 따라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까마귀 등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 멧돼지 및 오리류 ▷비행장 주변에 출현해 항공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가축에 위해를 주는 맹수류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까마귀 등이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도 위 동물들과 함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일부 지역에서 서식밀도가 높아 분변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또는 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다.
생업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분변 및 털 날림이라는 이유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기에는 다소 경미(?)하다는 게 동물보호단체 등의 주장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안은 불임 먹이다. 당장 살아있는 비둘기의 생사를 가르기보다 번식을 막는 데에 중점을 두자는 이야기다.
해외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불임먹이를 주는 식으로 비둘기의 개체 수를 조절한 성공 사례들이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 불임 모이를 통해 55%나 개체수 감소에 성공했다. 미국 세인트 폴시에서도 비둘기 불임 사료로 개체수를 50% 가량 줄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는 다른 동물이 있다. 바로 길고양이다. 포획해 중성화한 뒤 다시 풀어주는 ‘TNR(Trap·Newter·Return)이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다가 외려 비둘기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터뜨리는 등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비둘기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고, 우리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공생해야 하는 존재”라며 “인간의 사소하고 부수적인 이익을 위해, 동물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아사의 죽음으로 내모는 동물학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둘기들을 굶겨죽이려는 ‘반 동물복지’ 법안에 불과하다”며 “‘동물 증오’와 ‘동물 혐오’를 확산하여 생명경시를 부추길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