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자산가격위축에 은퇴후 생활 고민 국민 늘어
대한민국 부자 평균 자산 규모는 72억원
대한민국 국민 평균 순자산은 5억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등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꺾이지 않아 은퇴 후 경제 생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시장마저 고꾸라지면서 노후 소득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평생 빈곤 걱정없이 살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돈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막 살아도 문제 없는 금액 말고, 사치 없이 절약하며 검소하게 살 때 기준”이라고 설명한 뒤 “내 기준으로는 생활비 200(만원) 정도”라고 했다.
또 이어 “갑자기 사고로 장애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즉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노후에 밥 굶거나 거처 걱정할 정도로 비참해질 일은 없다의 기준”이라며 “나는 지금 현금가치로 15억(원)정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당주나 안전 위주 재테크만 최소로 해도 죽을 때까지 돈 다 쓰진 않을듯”이라고 부연했다.
이 게시글에 어떤 사람은 “지방에 살거면 1인 순자산 5억(원)이면 충분하다”며 “5억 배당성장주 세후 6%짜리만 넣어도 3000(만원)이고, 한달 250(만원) 쓸 수 있는데 월세 지방 1.5룸 40만원 잡고 생활비 200(만원)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고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대출이랑 생활비 싹 다 포함해서 한 달에 500~600(만원) 정도 쓰는거 같은데, 이거는 경제생활할 때 기준이라…”며 “30년 잡고 퇴직하고는 한달 생활비 300(만원) 잡고, 40년 산다 생각하면 36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이는 “내가 예전이 이거 계산해 본 적 있는데 평생 일 안하고 평범하게 지출하며 애들이랑 산다 생각했을 때 최소 30억(원)이었다”며 “근데 요 몇년간 물가가 너무 올라서 더 필요할 거 같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집 빼고 금융자산 10억(원) 있으면 괜찮을거 같음’, ‘15억(원) 이미 있는데 막상 그 돈 생기면 눈 더 높아져서 부족함’,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살면 그냥 돈 0원이라도 수급비 받으면서 살면 됨’, ‘다들 20억, 50억 이러는데 웃고 감. 30년 일해봐야 10억도 못 모아서 서울집 못 산다’, ‘결론은 10억만 있어도 x부자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대한민국 부자들은 돈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2023 대한민국 웰스(Wealth) 리포트'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부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투자 전략과 부동산 투자 방식 등을 분석했다.
2022년 말 기준 부자의 총자산 평균은 약 72억원으로 1년 전(78억원) 대비 6억원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부자 1인의 평균 부동산 자산 보유액은 2021년 말 45억원에서 2022년 말 39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금융자산 규모는 31억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이 55%, 금융자산이 43%, 기타 2% 등이었다.
지난해 부자의 수익률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준 금융자산은 주식(50%), 펀드·신탁(25%), 가상화폐(7%)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준 금융자산은 예금(46%), 보험·연금(15%) 등 저위험 안전자산으로 확인됐다.
부자가 보유한 평균 주택 수는 1.7채로, 부동산 자산은 평균 39억7000만원이었다. 부자의 연령대별 부동산 매수 횟수를 보면 40대 이하는 3.4회, 50대는 5회, 60대는 5.8회로 각각 집계됐고, 70대 이상은 9.7회에 달했다.
부자 중 29%는 그동안 거래 경험이 있었던 부동산 중 본인의 자산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부동산 유형으로 중소형 아파트(40평형 미만)를 꼽았다. 대형 아파트(40평형 이상) 25%, 토지 11%, 빌딩(50억원 초과) 10%, 상가 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가 부를 축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한편, 전체 국민들이 평균 자산 수준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5억2071만원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5억4301만원) 보다 4.1% 줄었다.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에서는 가계 부문만을 따로 추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구당 순자산액 추정액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전체 순자산(1경1237조원)을 추계 가구수로 나눈 값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전년보다 2.8%(317조8000억원) 감소했다.
전체와 가구당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제도 부문별 순자산 편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자산 종류별로는 1년 사이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302조7000억원 감소했고, 금융 순자산도 15조1000억원 줄었다. 현금·예금이 151조4000억원 증가했으나 주가 하락 등으로 지분증권·투자펀드가 151조800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의 구성 비중을 보면 ▷주택 5728조원(51.0%) ▷주택 이외 부동산 2651조원(23.6%) ▷현금·예금 2290조원(20.4%) ▷보험 등 1545조원(13.8%) ▷지분증권 등 982조원(8.7%) 순이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5.2%에서 지난해 74.6%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