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안내표시기 설치 계약 관련

광고업체, 서울교통공사 상대 소송

지하철 객실 내 안내 표시기 설치 계약을 두고 광고업체와 서울교통공사가 벌인 100억원대 소송전에서 대법원이 1·2심과 달리 광고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옥외 및 전시 광고업체 A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사는 2009년 계약에 따라 광고 사업 운영권을 받았다. 공사가 A사에 16년간 객실 및 역사 표시기를 이용한 광고 사업권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A사는 각종 사업물을 설치 및 유지 관리하면서 광고 사업을 운영해 250억원의 광고료를 납부하는 내용이었다. 계약에 따라 구형 전동차 50편의 객실 내 천장 중앙에 총 4면의 LCD 모니터로 구성된 행선안내표시기 956대가 설치됐다.

이후 공사 측은 내구 연한이 다 된 전동차에 관한 정밀 진단을 시행한 후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구형 전동차 500량을 신형 전동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A사와 공사는 2015년 10월부터 객실표시기 설치 위치를 두고 논의했고, A사는 기존과 같이 전동차 객실 천장 중앙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듬해 3월에는 구형 전동차에 이미 설치한 객실표시기를 새로 제작하는 전동차에 공사 측 비용으로 이설해서라도 중앙 설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2016년 4월 공사는 A사에 ‘신형 전동차 제작이 객실 내 행선 안내 표시기를 측면 설치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차량 내 중앙 설치는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2017년 6월에는 객실표시기 중앙설치시 도시철도법에 따라 설치·운영해야 하는 CCTV 카메라의 설치위치 및 화각에 제약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측면설치를 하게 됐다며 A사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A사는 객실표시기를 측면 설치할 경우 광고 운영이 불가능하고, 광고가 표출되는 화면 숫자가 감소해 광고매출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중앙 설치를 재차 요구했으나 공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후 A사는 2019년 3월 공사를 상대로 10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재판에서 광고 운영권을 반납하고, 설치한 시설물 등의 잔존 가치를 보상금으로 받기로 2018년 7월 공사와 합의했으므로 그에 따른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전동차 객실 내 천장 중앙에 총 4면의 LCD 모니터로 구성된 행선안내표시기를 설치해 광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승인·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021년 3월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 배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달라고도 주장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 주장과 같이 2018년 7월에 정산금 지급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반드시 전동차의 객실 내 천장 중앙에 총 4면의 LCD 모니터로 구성된 행선안내표시기를 설치해 광고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승인 또는 협조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으로 A사가 확정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동차사업의 매출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은 이 사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한다”며 “공사는 쌍방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객실표시기를 전동차 객실 천장 중앙에 돌출해 설치하는 것과 객실 출입문 상단 벽면에 평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승객에 대한 화면의 노출 정도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동일한 운영조건으로 볼 수 없다”며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쌍방간에 합의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시 CCTV 카메라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도시철도법의 개정으로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를 측면설치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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