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UAE 이어 사우디·카타르…‘빅3’ 모두 국빈 방문
‘포스트 오일시대’ 중동과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
‘제2 중동붐’으로 복합위기 빠진 韓경제 돌파구 마련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중동지역 특성도 영향 미쳐
공동성명 ‘이·팔 사태’ 언급 이례적…“韓에 대한 신뢰”
[헤럴드경제(도하)=최은지 기자, 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정부의 대(對)중동 외교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기존의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을 넘어 방위산업, 탈탄소 기반의 첨단산업, 문화콘텐츠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데 이어, 역내 안보 현안에도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등 공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해 ‘중동 빅3’ 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포스트 오일시대’를 맞아 중동 국가들과 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제2의 중동붐’을 일으켜 복합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첫해부터 UAE를 포함한 사우디, 그리고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새로운 관계 수립을 강력하게, 신속하게 하고 싶다고 요청해왔다”며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원자력 협력, 다음세대의 경제발전 전략, 방산협력 등에 대해 목마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도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새로운 경제동력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지난 50년 동안 원유수입, 건설 플랜트로 이어온 ‘중동 신화’를 새로운 단계에서 이어가야 된다는 필요성이 서로 맞물려서 이뤄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각각 7위, 18위 교역국이다. 16위 교역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중동지역 주요 협력 대상국 ‘빅3’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으로 약 1년 안에 ‘중동 빅3’의 국빈 방문을 모두 마무리하게 됐다.
고위관계자는 “중동 나라들은 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한민국과 옆에 있는 나라가 어떤 방산 협력을 하는지, 또 그 옆의 나라가 한국과 새로 어떤 경제협력을 모색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방산 수출이나 경제 첨단기술 플랜트 등 올해 및 지금 방문한 세 나라(UAE, 사우디, 카타르)와의 협력관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며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펴면서 한국과의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시대’를 맞아 경쟁적으로 경제발전 비전을 발표하고 경제 구조와 발전 방향을 바꾸는 시기에 첨단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과의 관계개선 및 협력 심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인접국 사이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중동지역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사우디 공동성명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중동 외교성과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도 있다. 경제협력을 넘어 국제 및 역내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외교 무대에서 역내 안보 현안 언급을 삼가온 사우디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에 대한 사우디 측의 신뢰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관계자 역시 “역내 불안정 요인은 단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사우디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좀 더 이격돼있지만 인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이 주목하고 있으며 조속한 역내 안정, 평화를 회복시키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 모색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북한) 문제, 예멘 분쟁에 대해서도 양국이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며 “양국이 포괄적으로 안보 문제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나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