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으로 직접 찾아온 빈 살만…예정 없던 38분 단독 환담
왕세자 동생이자 F-15 전투기 조종사 칼리드 국방장관도 접견
사우디, ‘공군 1호기’ 호위비행·아라비아 명마 선보이며 극진 대우
[헤럴드경제(도하)=최은지 기자, 정윤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칼리드 빈 살만 국방장관이 연이어 방문했다. 사우디 실권자와 2인자가 직접 숙소를 찾은데 이어, 모하메드 왕세자와는 윤 대통령의 운전사를 자처해 양 정상은 38분간 단독 환담을 하며 예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빈관을 찾아온 모하메드 왕세자와 낮 12시10분부터 23분간 단독 환담을 한 후 모하메드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벤츠 차량 옆자리에 동승해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15분간 이동했다.
윤 대통령의 운전사를 자처한 모하메드 왕세자는 차 안에서 “대통령님 다음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만남은 사전에 예정에 없던 것으로 모하메드 왕세자가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환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참석한 FII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을 표방하며 글로벌 기업 CEO, 투자자 및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초청해 글로벌 현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주빈으로 초청돼 포럼 첫날 ‘새로운 시대에 있어 한국과 중동의 협력 방안’을 밝혔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FII 행사장에 함께 입장했으며, 윤 대통령이 연설과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윤 대통령은 포럼 행사를 마치고 모하메드 왕세자와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잡은 손을 오래도록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선 23일 저녁 칼리드 국방장관과 압둘라 빈 반다르 국가방위부 장관을 영빈관에서 접견했다. 양측은 한-사우디 국방 협력 및 방위산업(방산)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칼리드 장관의 영빈관 방문 역시 이례적인 예우로 평가된다. 칼리드 장관은 모하메드 왕세자의 동생으로, 주미대사를 지낸 군인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모하메드 왕세자 방한 당시 한남동 관저에서 진행된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칼리드 장관이 F-15 전투기 조종사라는 것을 알고 전투기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방산 수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사우디측은 극진히 대우했다.
21일 윤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단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사우디 영공에 진입하자, F-15 전투기 2대가 양쪽에서 호위 비행했다. 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는 예포 21발을 발사, 윤 대통령 부부를 환영했다.
윤 대통령이 사우디에서의 첫 일정으로 향한 디리야 유적지에서는 아랍을 대표하는 아라비안 말 두 마리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