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백기투항·지지율 반등에 국정동력 회복
탄력 못 받던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수면 위
탈원전 폐기·건보 개혁 등 ‘前정부 정책 지우기’도
MB·김경수 등 연말 사면 대상에 정치인 포함 거론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두고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1년차를 마무리하면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띄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탈원전 정책’ 폐기, 건강보험 개편 등 ‘전임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도 차례차례 공식화하고 나섰다. 연말 특별사면에서는 광복절 특사 당시 빠졌던 정치인 사면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법과 원칙’을 앞세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내고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집권 초기 각종 논란으로 약화된 국정동력을 일정 부분 회복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생중계로 진행된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통해 집권 2년차 3대 개혁과제 추진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패널 100명과 함께 생중계로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도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이라며 “3대 개혁은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은 미래세대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라며 “교육개혁은 미래세대가 그야말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우리 미래세대가 일할 의혹을 상실하지 않게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도 “연금문제는 정말 초당적인, 초계층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와 최종안을 성안해나가는 과정이 대한민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과정이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했던 100분을 훌쩍 넘긴 156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 ▷활기찬 지방 ▷3대 개혁 등 각각의 주제에 대한 국민패널의 질문에 직접 하나하나 답하며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마지막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이후 약 한 달 만에 카메라 앞에서 국민과 소통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을 담은 노동개혁을 예고한데 이어 연금·교육개혁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각 노동·교육·연금개혁 로드맵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연금·교육·노동개혁은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과제지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과 지지율 하락이 겹치면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되는 일인데다 이해당사자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또,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인 점을 고려하면 ‘국회 지형이 바뀌는 2024년 총선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부터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 사태를 겪으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집단운송 거부가 이어지는 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완만하게 상승했다. 20~3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4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국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새 정부 첫 예산안을 두고 극한 대치를 거듭하는 가운데 정쟁에 거리를 두고 연일 민생·경제·미래먹거리에 집중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연말 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 등 정치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지율이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 사면으로 ‘국민통합’을 꾀할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면권을 행사한 광복절 특사의 경우 ‘경제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고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 사면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최종적으로는 대상에서 빠졌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집권 100일 전후였던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중반까지 내려앉은 상태였다.
현재는 연말 사면 대상으로 이 전 대통령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야 정치인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면 대상자는 오는 27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