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미국의 통화긴축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기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아직도 끝이 아니다. 그동안 막혔던 은행채 발행한도가 풀려 시장을 자극하면서 대출금리는 더욱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5일 기준 4.17~7.12%였다. 9개월만에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셈이다. 5년 고정형 금리 역시 하단이 4%대로 넘어서는 등 대출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금리는 오를대로 올랐지만 상승 압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 또한 이로 인해 시장변동성이 당분간 높아질 것을 내다봤다.
국내에서 은행채 발행한도가 풀리는 점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고금리 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우량한 은행채에 자금이 몰려 회사채 시장이 경색에 빠진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이 풀린데다 100조원 규모의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앞두고 있어 은행권에서는 수신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은 만기 도래를 앞둔 ‘46조원+알파’ 규모의 은행채마저 대응해야하는 등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채 발행을 늘릴 경우 금리를 높게 정해야 물량이 소화되기 때문에 시장 금리 상승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의 시점 등을 분산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경계해야한다"며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으로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다시 경색된다면 다시 시장 금리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금리가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일줄 모른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을 기록, 5개월 연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진행된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나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야하는 취약차주들일수록 고금리 상황은 더욱 칼바람처럼 느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