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한국외대가 이미 종강한 학기에 대한 성적평가방식을 바꿔 적용하겠다고 나서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학교 당국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교육부 지침을 근거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겁을 주며 학생들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외대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외대는 지난 22일 재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4년 2학기부터 기존의 학부 성적평가방식을 모두 상대평가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외대는 그동안 수강생 20명 미만의 수업, 일부 원어 수업 등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평가해 왔지만 이번에 학교 측은 ‘학점 인플레 현상을 개선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겠다’며 모두 상대평가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수의 학생이 수강하는 강의가 상당수 존재하는 등 여러가지 외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상대평가 확대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같은 갑작스런 소급적용은 부당하며 학생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학교 측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성적평가방식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외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 등급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학교의 브랜드가치 하락은 물론이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이 일부 축소ㆍ제한되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갑작스런 소급적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하지만 29일 현재 교육부는 대학을 평가할 A에서 E등급까지의 비율이나 성적관리 부문 평가방식 등의 세부 사항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혼재돼 있어 아직 몇 곳의 대학이 혹은 몇 점 이하의 대학이 D, E등급을 받을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예측에 불과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성적평가방식 변경을 소급적용하지 않으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겁을 먹게 해 학생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외대는 앞서 지난 6월에도 2014년 2학기부터 절대평가를 축소하려고 나섰다가 학생들이 반발하자 2015년 1학기부터 적용하는것으로 성적평가방식 변경을 유보한 바 있다. 한 달 전인 11월에도 “성적평가방식 변경은 2015년 1학기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성적평가방식 변경 소급적용 철폐와 대안 제시 등을 요구하며 지난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본관을 점거했고, 26일부터는 2차 점거에 나서고 있다.

김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성적평가방식 변경 소급적용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31일 법원에 소송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