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올 하반기 다시 추진될 모양새다. 노사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두 가지 큰 줄기의 과제를 전면에 내세운 고용노동부는 당장 이달부터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을 가동한다. 또 곧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노동개혁의 전제 조건인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은 현재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 역시 이들 양대노총을 설득할 의사가 크게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꽉 막힌 노정관계 갈수록 '강대강'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안에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 운영을 개시한다. 고용부 소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도 노조가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토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특히 개정안은 다음 달 운영되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도 결산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는 해당 시스템에 공시해야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에 노조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노동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노조 회계내역을 조합원이 아닌 정부에 보고하라는 것으로 노조 자주성을 침해하는 위법적인 내용”이라면서 “노조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개악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노동 탄압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부의 한국노총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 역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계가 언급한 정부 입장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한 축으로 내 걸고 있는 ‘노사법치주의’는 양대노총의 관행 개선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공시 뿐 아니라 양대노총이 독점해오던 대통령·국무총리실·정부부처 산하 위원회 노동계 민간위원 자리를 더 이상 주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조직률이 14.2%에 불과한 양대노총이 각종 위원회의 노동계 ‘몫’을 차지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규정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2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과 ‘노동의 미래 포럼’ 합동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많은 정부위원회에 노사단체가 참여 중이지만 일부 총연합단체가 참여권을 독점하거나 과다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외된 86%와 대화"…'MZ노조' 선택하나
이 밖에도 정부가 개혁 과제로 꼽은 노조 조합원 자녀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 등은 모두 양대노총을 타겟으로 한 것들이 대다수다. 포괄임금이나 공짜야근 등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관행’ 개선보다 훨씬 강도가 강하다. 노사법치주의의 잣대가 양대노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대노총 대신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86%의 노조 없는 절대 다수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조직되지 않은 절대 다수의 목소리는 결국 취합하는 이의 ‘의도’대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의견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쪽은 사회적 대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의 논의 대상으로 다시금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새로고침은 지난 3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정부의 노조회계 공시 등에는 동참하며 ‘결’을 맞추고 있다. 양대노총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폐지된 가운데 새로고침은 지난달 12일 서울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공시 시스템 구축과 서울시민·비조직 노동자(비조합원)를 위한 무료 노무상담 사업, 중소기업 노동자와 취업준비생 등 예비 노동자 대상 토크 콘서트 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언급하는 양대노총 소속이 아닌 86%를 위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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