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취급해야 하는 인터넷은행들이 한계에 부딪히며 당국의 규제 완화를 고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늘리며 대출 건전성을 꾀했지만, 가계대출 급증 ‘주범’으로 몰리며 이같은 방법도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대출 의무 비중의 기준을 잔액이 아닌 신규취급액으로 설정하는 등의 대안을 당국에 의견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분기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방향 재설정 ‘관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오는 4분기가 되면 인터넷은행의 내년도 중저신용자 대출 관련한 정책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방향성을 정한 바는 없다”고 못박으면서도 “내년부터 또 적용을 해야하기 때문에 4분기에는 (방침을)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현재 전체 신용대출 잔액 대비 신용등급 4등급, 신용평점 하위 50%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을 일정 비율 맞춰야 한다. 사업 인가시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설립취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말 카카오뱅크는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늘어난 3조9184억원의 중저신용자대출 잔액을 기록해 전 분기 말보다 2.0%포인트 증가한 27.7%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4640억원을 공급해 0.1%포인트 늘어난 24%를 차지했으며 토스뱅크는 전분기 대비 3.56%포인트 하락한 38.5%(3조700억원)를 기록했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각각 30%, 32%, 44%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그리고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고신용자 신용대출은 거의 취급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대비 더 저렴한 금리 탓에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몰리는데, 고신용자 대출을 모두 수용하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계획을 달성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돼야” 지속적 건의
하지만 이를두고 인터넷은행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계산할 때 기준을 잔액에서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현실적인 안을 건의하고 있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대출자금을 공급하지만, 최종 비중 계산은 잔액을 기준으로 이뤄져 영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체율 관리에 대한 숙제도 고민이다.
한 인터넷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 중에서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도,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 잔액 기준으로 중저신용자 비중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준을 신규취급액으로 바꾸고, 또 주기를 3~5년으로 완화했으면 하는 의견을 틈틈이 당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인터넷은행의 ‘희망’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점검에 나서며 다시 설립취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립취지란, 중저신용자 상환능력 평가역량(신용평가시스템)을 강화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과 잔액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 완화에 대해 ‘말 꺼내기도 무섭다’는 한탄도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일반 시중은행으로 치면 새희망홀씨와 같은 중저신용대출 상품을 20~40%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체율 상승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