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130여일 앞…4파전 양상

무소속 대선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 회장은 양안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만이 절대로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로이터]
무소속 대선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 회장은 양안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만이 절대로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폭스콘그룹 창업자인 궈타이밍(73) 회장이 내년 1월 13일 열리는 대만 총통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친중 세력인 궈 회장의 출마로 친중파의 표가 갈리면서 반중 성향 민진당(여당)의 총통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궈 회장은 28일 대만 총통부 맞은편에 있는 장룽파재단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가 통치 시대가 시작됐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앞면에 대만 국기가 새겨진 남색 모자를 쓰고 등장한 그는 청중을 향해 거수 경례했다. 이 모습은 성조기가 새겨진 모자를 자주 쓰는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궈 회장은 이 외에도 기업가 출신의 갑부, 공격적인 언사와 사업 추진력 등 때문에 ‘대만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대만 최고 부호인 궈 회장은 포브스 기준 74억달러(약 9조62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그가 1974년 설립한 폭스콘은 아이폰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는 또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꼽힌다. 폭스콘 수익의 70% 이상은 중국 본토 공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궈 최장은 여당인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지난 7년여간 민진당 집권 하에 국내 정책은 실수를 연발했고 국제적으로는 전쟁 위험을 고조시켰다”며 중국과의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민진당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진당은 중국과 대만의 분리를 옹호, ‘하나의 중국’을 거부한다.

이어서 궈 회장은 긴장이 고조되는 대만해협과 미·중 관계를 언급하며 “대만이 절대로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에게 4년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면 대만에 50년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해협을 건너 (중국과)상호 신뢰를 위한 가장 깊은 기반을 구축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선거 규정에 따르면 궈 회장이 무소속 후보 자격을 얻으려면 11월 2일까지 약 30만 명의 유권자 서명을 모아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명 내용을 검토한 뒤 11월 14일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궈 회장의 출마로 친중표가 갈리면서 오히려 민진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궈 회장은 2019년 폭스콘 총재직에서 물러나 그해 처음으로 대선 출마했지만 국민당 후보 지명에 실패해 사퇴했다. 올해 초에도 국민당 대선 후보로 두 번째 출마했으나 국민당은 대신 허우유이侯友宜·66) 신베이 시장을 선택했다.

두 사람 외에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4) 부총통과 제2야당 민중당 후보인 커원저(柯文哲·64) 대표가 출마해 대만 선거는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라이 부총통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명은 친중 노선에 속한다.

게다가 허우유이 후보가 고전 하고 있는 와중에 궈 회장이 출마함으로써 표를 분산시켜 더욱 국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황궤이보 타이페이 국립정치대학 외교학 교수이자 전 국민당 사무차장은 “반민진당 측의 분열은 1월 라이 후보의 확실한 승리를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아울러 이번 대만 대선이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어 미중 양국의 신경전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국민당 인사들을 챙기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당 소속으로 장제스의 증손인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이 이날 29일 타이베이-상하이 도시포럼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다. 현지 매체들은 “상하이에서 장완안을 융숭히 대접해 대만 내 중국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퀵시크가 지난 17~21일 총통 선거 후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라이 부총통(35.6%), 커 대표(24.4%), 허우 시장(16.2%), 궈 회장(12.4%) 순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당선자는 내년 5월 20일 임기를 시작한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