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3층 있으신가요?”
지난 14일 온라인 주식거래앱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탓인지 이 글은 금방 ‘인기글’ 순위에 올랐고, 댓글로 속속 달리기 시작했죠. 댓글의 내용도 글쓴이와 같은 처지인 주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3층에 사람 있어요”, “전 14.3층입니다”, “물 타서 겨우 12.98층입니다” 등 11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이날 종가보다 높은 주가에 ‘물려버린’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죠. 여기서 ‘층’이란 주가 1만원 단위를 뜻하는 주식 용어입니다.
14일 코스닥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JYP의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8.25%, 금액으론 1만700원이나 급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접어든 주주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5월 30일 종가 기준 12만2200원으로 주가가 12만원 대에 진입한 이후 53거래일 동안 주가 12만원 대가 깨진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종가가 주주들에게 준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5월 15일 이후 JYP 매수 77.2% 손실 구간
15일 헤럴드경제가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통해 최근 3개월(6월 15~8월 14일) 간 주식 거래를 15개 주가 구간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왜 개인 투자자들이 JYP 주가 급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11일 종가인 11만9000원이 포함된 구간(11만6780~11만9820원) 이상에서 매물이 형성된 비율은 전체의 77.2%에 달했습니다. 이 말은 3개월 내 JYP 주식을 산 투자자의 10명 중 8명 꼴로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사실 개인 투자자들이 JYP 주가의 급락세를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결과를 낳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JYP 주가의 추가 상승 기대를 더 부풀게 만들었던 재료는 바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신규 편입 이슈입니다. 통상적으로 이 지수에 편입이 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JYP가 MSCI 한국 지수에 신규 편입된 후 벌어진 현실은 기대와는 정반대였죠.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일명 ‘킹반영’이라고 불리는 주식 시장의 절대 원칙 ‘선반영’이 활용됐습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MSCI 지수의 경우 편입이 예상되는 시점 이전까지가 주가가 오르는 타이밍이고, 정작 편입된 후에는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JYP 역시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 현재 영향을 미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죠.
2Q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치…문제는 더 높은 시장 기대치
두 번째 주가 하락 요인은 사실 JYP 측에선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도 훨씬 더 높았던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탓에 주가가 흘러내렸기 때문이죠.
JYP는 2분기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517억원, 45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124%, 88%나 상승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액 1541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에 달했습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JYP의 2분기 영업이익은 456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7% 하회했다”며 “콘텐츠 제작비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여금이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하면서 인건비가 51억원이나 늘어난 점이 실적 예상치와 실제 실적의 차이점을 만들어 냈다”면서 “이를 제외하면 추정치에 부합한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말은 곧 주가의 변동엔 수치의 이면에 숨겨진 내용보다는 결과로 나타난 부진한 수치 그 자체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올해만 77.08% 오른 주가…숨고르기 장세 전망
12층, 13층은 물론이고 장중 최고치였던 14.66층에서 JYP 주식을 매수했던 주주들에게 구조대가 당도하긴 이제 힘든 상황일까요?
우선 증권가에선 JYP 주가가 올 들어 급등세를 탄 만큼 ‘숨고르기’ 장세가 단기적으론 펼쳐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콘텐츠 제작비와 상여금 증가 등으로 JYP의 마진율이 하락했다”며 “그동안 회사에 대한 시장 관심과 기대가 급격히 올라간 데 따른 피로감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그동안 엔터 업종의 고성장 배경에는 공연 재개와 앨범 판매 증가가 있었는데, 내년에는 앨범 중심의 양적 성장 속도가 둔화하며 엔터 업계 전반적인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덧붙였죠.
실제로 연초(1월 2일) 6만7200원이었던 JYP 주가는 지난 14일까지 77.08%나 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JYP의 시가총액도 2조3854억원에서 4조2242억원으로 ‘퀀텀점프’에 성공했고요.
JYP 대주주인 가수 박진영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4월 시총 3조원 돌파에 대해 “황당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던 것이 벌써 옛날 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목표주가 컨센서스 15만3000원
물론, 증권가에선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JYP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장 마진이 높은 지적재산권(IP)인 앨범 매출이 추정치보다 적게 나오면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면서도 “그래도 영업마진율이 30%가 넘는데, 이는 강도 높은 투자 확장기에도 JYP가 30% 수익성을 지켜낼 정도로 체력이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데뷔가 임박한 A2K 프로젝트에 따라 투자 후 매출 발생에 따른 이익이 기대되는 데다, 한국·미국·중국·일본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여전히 순항 중”이라면서 “최근 MSCI 지수에도 편입에도 성공했다. 기존 투자 의견과 목표가를 유지한다”고도 말했죠.
지금 당장 들어간 비용은 더 나은 JYP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제작비 투입 및 기여 인력에 대한 합리적 보상은 결국 중장기 성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JYP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15만3000원에 이릅니다. 특히, 7월 들어 내놓은 목표 주가는 대부분 16만원이 넘어서는 상황이고요.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16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가운데, 삼성증권(16만4000원), 한국투자증권(16만3000원), 교보증권·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16만원) 등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