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서도 갑상선 문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해석을 내놓은 작품이지만 호르몬 관점에서도 한 줄을 덧붙이고 싶네요.
그림 속 중년 여성은 온화한 표정을 한 채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습니다. 가슴과 목, 얼굴과 손은 환하게, 다른 부분은 어둡게 처리했습니다. 손이 놓인 의자의 팔걸이는 관람자들과 모나리자 사이를 근접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놀랄 만한 표현기법으로 신비한 생명감을 현실화했습니다. 머리와 얼굴, 턱과 목의 경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선이 아닌 명암의 섬세한 변화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창안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의 탁월함입니다.
스푸마토는 ‘연기처럼 사라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마치 연기처럼 부드럽고 미묘하게 색을 변화시켜 색과 색 사이의 경계선을 일부러 뚜렷하지 않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스푸마토 기법의 영향 때문에 관람객들은 ‘모나리자’가 자신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눈동자의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가 희미하고 불분명해 정확한 시선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모나리자’를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그림 앞을 지나갈 때 그림 속의 인물이 자신을 계속 응시하며 희미한 미소를 보내온다고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스푸마토 기법은 눈과 입의 가장자리에도 응용돼 있습니다. 눈과 입의 윤곽선이 없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인물처럼 볼 때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것같이 보입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보이지 않다가 일정 거리로 물러서야만 드러나는 미소 때문에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미소’의 신비함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모나리자’의 배경에 펼쳐진 풍경은 상상적인 이미지로, 역시 다 빈치가 최초로 시도한, 공상적인 원근법이라고 합니다. 뒤쪽의 넓은 경치가 얼음에 뒤덮인 산 쪽으로 멀어지고 있고, 구불구불한 길과 멀리 보이는 다리는 사람이 다니는 흔적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이 그림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됐습니다.
‘모나리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부인의 눈썹이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가 당대 유행 때문이라고 추측하더군요. 16세기에는 눈썹을 모두 뽑는 게 유행하는 스타일이었다고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녀는 갑상선기능 저하증을 앓았을지도 모릅니다. 갑상선기능 저하증에 걸리게 되면 눈이 건조해지고 눈두덩이 붓게 됩니다.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눈썹은 심하게 빠지죠. 어쩌면 우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녀 얼굴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저만의 느낌일까요? ‘모나’는 결혼한 여자를 말하는 것이니 ‘모나리자’는 ‘리사 부인’이란 뜻이 됩니다. 갑상선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은 모두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증세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은 항진증이, 중년 여성은 저하증이 많은 게 특징이지요.
갑상선기능 저하증은 신체적인 증상 외에도 사고력이 부진하고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동반됩니다.
제가 경험했던 심각한 갑상선기능 저하증 환자는 평소 너무 말이 없고 생각의 흐름도 너무 느린 데다 우울하고 의욕이 없었던 할머니였는데요. 가족들은 정신적인 문제로만 생각했었는데 고지혈증으로 진료실에 방문한 그분께 호르몬 검사를 해봤더니 아주 심한 갑상선기능 저하증이 진단됐습니다.
호르몬을 공급해주자 증상이 확연히 호전된 환자는 이후 말도 빨라지고 성격도 변하는 등 여러 면으로 개선됐지요.
환자의 주변 사람들은 원래 그런 분인 줄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을 정도였습니다.
호르몬의 부족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호르몬 질환 치료에 급선무입니다.
이런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다시 말해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우울하고 무기력한 채 피곤하고 얼굴도 푸석푸석해지고, 몸이 붓고 살도 찌고 변비도 생기며 고지혈증도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인 상태, 즉 갑상선기능 항진증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매사 두근거리면서 불안해지고 땀도 많이 나고 설사가 자주 하며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고 나중에는 안구가 튀어나오는 증상까지 보입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증상이 연결돼 나타나지요.
이런 경험을 혹시 해본 적 있으신가요? 애매한 증상이 생겨서 병원을 찾았는데,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하면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니 괜찮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경우요. 분명 나 자신은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본인이든, 가족이든 주변 사람 중에서도 분명 이런 경우가 많으실 거예요.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가슴팍에 원자로를 달고 있습니다. 그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강력한 슈트를 활용할 수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갑상선은 우리 몸의 원자로와 같습니다. 만약 몸이 안 좋다면,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다면 갑상선을 검사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갑상선에 생긴 문제가 여러분이 날아다니지 못하도록 막고 있을지 모릅니다.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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