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은 유죄…대법, 일부 무죄 취지 파기환송
“총 51대 중 19대, 정당행위로 볼 여지 있어”
근로현장, 출퇴근 등 동의없이 찍히는 점 고려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회사 측이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비닐봉지로 가린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회사 노조 간부들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출퇴근 장면과 작업 공간이 찍히는 CCTV를 사측이 동의없이 설치한 상황에서 비닐봉지를 씌운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B씨, C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원심을 깨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전국금속노조 소속 한 회사 노조 간부였던 세 사람은 사측이 설치한 CCTV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게 해 회사 운영 관련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6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5년 11월 CCTV 51대를 5일간 촬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12월 51대 및 12대, 이듬해 1월 14대 등 총 4회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는데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협의를 거치진 않았다. 회사는 노조의 반대에도 2015년 10월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전체 51대 중 32대는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됐는데 회전이나 줌 기능은 없고, 나머지 19대는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16대)과 출입구(3대)에 설치된 것으로 회전이나 줌 기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재판에서 사측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은 CCTV 촬영이 시설물 관리 등 정당한 이익과 관련이 있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A씨 등의 행위가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B씨, C씨 3명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회사가 설치한 총 51대의 CCTV 중 A씨 등이 32대에 대해 비닐봉지를 씌운 부분은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나머지 19대와 관련해선 정당행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개인정보 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다수 근로자들의 직·간접적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라고 밝혔다.
이어 ▷직간접적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CCTV 설치 공사 시작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던 점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회사 이익 달성을 위해 정보주체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의 행위는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 방어 목적에서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보충성 요건도 갖춰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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