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도입 후 곳곳서 혼란 예상

연애·결혼 시장은 ‘연 나이’ 대세

“만 나이는 왠지 거짓말하는 기분”

“어려지기 싫어요” 유아동 거부도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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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저는 올해 29살입니다.” ‘만 나이’ 도입으로 ‘29살’이 된 박모씨가 소개팅 자리에서 운을 떼자,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만으로요, 연으로요?” “아, 만으로요.” “그럼 30대시구나….”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오는 28일 만 나이 도입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중 하나다.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더라도, 그간 한국에서 상식으로 통해왔던 ‘연 나이(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 문화를 바꾸기까지는 적잖은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연 나이’ 고수하는 연애·결혼시장=특히 ‘나이’가 주요 정보 중 하나인 연애·결혼시장에선 연 나이를 당분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회원들 사이 혼란을 줄인다는 이유에서다. 결혼정보업체 가연 관계자는 “당분간 연 나이를 쓸 것”이라며 “회원 대부분이 기존 나이가 익숙한 상황에서, 프로필상 나이가 변동되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듀오 관계자는 “나이 표기 없이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회원들을 소개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같은 인식이 드러난다. 박씨는 “올해부터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떴는데, 막상 이성을 만나는 자리에선 괜히 20대라고 했다가 상대방 입장에선 거짓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직장인 박지원(35)씨도 “만 나이로 말하면 왠지 상대방을 속이는 느낌이라 일부러라도 연 나이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어려지기 싫어요” 유아동 세대 교육도 과제=유아동에게 새로운 제도를 안내해야 하는 유치원 교사와 부모들의 고민도 크다. 최은미(38)씨는 최근 5살 자녀에게 만 나이 제도를 교육하려다 격렬한 거부 반응을 맞닥뜨렸다. 최씨는 “아이가 5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내년 생일까지 5살을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지기 싫다’며 울면서 싫어하기에 더 말하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유치원 교사 허모(27)씨는 올해 연 나이로 7세가 된 원생으로부터 ‘저 이제 7살 아닌가요?’란 질문을 들었다. 허씨는 “어린 나이일수록 나이를 먹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연 나이) 7세가 되면 ‘진정한 일곱 살’이란 동화를 읽으며 축하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한 학급 사이에서 나이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도 새로운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올초 전국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만 나이 도입 이후에 학생들 사이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친구’로 지내게끔 할 것을 권고했다. 당초 정부는 만 나이 도입 기대 효과 중 하나로 ‘서열문화’ 개선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고등학생 박준표(18)군은 “만 나이가 시행되면 앞으로 친구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건지 학교에서 별도의 안내를 받은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허씨는 “어릴 수록 나이 차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 아이들 정서 상 서로 친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 강모(40)씨는 “만 나이를 안내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오히려 ‘형이라 부르라’는 등 새로운 학교폭력 명분이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최대 관건 술·담배, 군 입대는 ‘연 나이’ 그대로=만 나이 통일 최대 관건이었던 술·담배 구입 여부와 군 입대 나이, 취학 의무 연령 역시 현행대로 유지돼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제처는 만 나이 통일이 적용돼도 술·담배 판매는 기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연 나이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 19세부터 술·담배 구입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 19세인 2004년생은 만 나이 적용 이후에도 만 나이와 상관없이 술·담배를 살 수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연 나이를 적용할 경우) 한 나이 안에 고등학생, 재수생까지 있을 수 있어 (만 나이를 적용해) 청소년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 나이 7세인 취학 의무 연령도 변동사항이 없다. 초·중등교육법은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3월1일’에 보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도록 하고 있어, 연 나이로 7세가 되는 해부터 초등학생으로 취학하게 된다. 다만 병역법 상 나이는 향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병영법상) 만 나이를 사용 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선 전반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