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중학생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제기한 이색 민원으로 6·25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미국 장군의 흉상이 세워지게 됐다.
경북 칠곡군은 6·25 당시 국토의 90%가 북한군에 점령당한 상황에서 '워커 라인(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대한민국을 구한 미 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1889~1950) 장군의 흉상을 건립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워커 장군 흉상 건립은 중학교 3학년생인 김동준 군과 장곡중 친구들이 김재욱 군수에게 제출한 민원에 대한 화답이다.
김군은 과제물을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검색하다 워커 장군의 사연을 접한 뒤 낙동강을 지킨 워커 장군의 활약상을 알리기로 결심, 김 군수에게 워커 장군을 또래 친구들에게 알려달라고 이색 민원을 냈다.
김군과 친구들은 지난 7일 칠곡군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코너에 "우리가 사는 칠곡군에서 전쟁을 치르고 낙동강을 지켜낸 사람은 워커 장군인데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교과서에도 워커 장군 이야기는 없다. 초·중·고 학생들이 꼭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장문의 글을 적었다. 워커 장군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도 펼쳤다.
김군은 워커 장군이 남긴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한국을 지키겠다. 후퇴란 없으며 사수하느냐 죽느냐의 선택만이 남았다"는 말에 감명을 받고 이같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수는 민원을 받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학생이 보낸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민원을 소개한다"며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낙동강의 영웅인 워커 장군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칠곡군은 워커 장군의 헌신을 기리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에 일반인 대상의 모금을 통해 흉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달 말 예정된 제막식은 칠곡군청 공무원이 아닌 학생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보며 각종 추모 공연을 펼치는 등 학생 주도로 진행된다.
김동준 군은 "워커 장군의 업적은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지만 자라나는 우리 미래 세대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작성했다"며 칠곡군 등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워커 장군 흉상은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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