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통신사 상대 권익침해행위 소송
대법원, 일부 파기환송…1·2심은 패소
“통신서비스 개통만으로 청약철회권 제한은 부당”
단말기 청약철회권 제한되더라도 “명확히 표시돼야”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이동통신서비스 회선이 개통됐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소비자가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함께 계약할 경우 미개봉 단말기에 대해 청약철회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사단법인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한국소비자연맹이 KT를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동통신서비스 계약자가 팩스 또는 우편으로 서비스해지신청을 한 뒤 14일 이내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지 않으면 다시 정상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은 소비자권익침해 행위라며 2015년 SK텔레콤과 KT를 상대로 각각 동일한 내용의 소비자단체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터넷·홈쇼핑 판매로 계약한 소비자에 대한 계약서를 받거나 서비스가 개통된 날로부터 7일 동안 청약철회권 행사를 부정하는 행위, 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 대해 계약서를 받거나 개통일로부터 14일동안 청약철회권 행사를 부정하는 행위도 금지해달라고 함께 청구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신분증 사본을 받지 않더라도 이미 일시정지로 전환됐기 때문에 다시 정상상태로 회복시켜 요금을 부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약관상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이 별도로 규정되지 않아 이동통신서비스가 개통되면 사유를 불문하고 청약철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소비자가 물건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청약철회 관련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 ▷물건이나 요금이 판매과정에서 알려진 것과 다른 경우 ▷상담 후 청약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청약된 경우 ▷단말기를 배송 받거나 실사용 전에 개통될 경우 등은 통신사 측에 의무위반이 있지만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위반이라는 것이다.
두 재판 쟁점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 해지 시 신분증 사본제출 요구 행위가 해지권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지, 회선 개통된 뒤 청약철회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지, 청약철회권 제한사유에 대한 표시의무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단말기 구매계약 관련 통신사 측의 부당한 청약철회권 제한행위가 있을 경우 청약철회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서비스 일부가 사용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통 후 일부 서비스가 사용돼 가치가 감소하더라도 “전체 서비스에 비해 상당히 적은 부분으로 청약철회권 제한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2심은 이동통신서비스가 개시되면 청약철회권 행사가 소멸된다고 판단했지만 이 부분을 뒤집은 것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이용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용역의 경우 소비자의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예외규정을 둔다. 1·2심은 이동통신서비스가 개통되면 현저히 가치가 감소하는 용역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청약철회권 제한사유에 대한 표시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도 통신사 측이 증명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함께 체결한 경우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청약철회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단말기 구매계약의 청약철회권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통신사 측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함께 계약한 경우 통신서비스 계약을 철회하더라도 단말기 구매약정 철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정기간 미준수와 위약금 납부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말기 구매계약에 대한 청약철회권이 제한된다면 이용자들은 이같은 손해를 감안해 통신계약 철회를 주저하게 되므로 결국 통신서비스 청약철회권 제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봤다.
다만 회선이 개통되더라도 단말기를 배송받지 않았거나 포장을 뜯지 않은 경우도 청약철회권 제한사유로 볼 것인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단말기 구매계약 시 청약철회권 제한사유가 있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표시돼야만 제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봤다. 때문에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함께 체결한 소비자가 숙지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추가 심리를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외 계약해지시 신분증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팩스나 우편으로 이용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의사표시의 표시자가 불명확하다”며 신분증 제출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제공이 개시되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은 소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청약철회권에 대한 5가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이용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용역은 소비자의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예외규정인데 이동통신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는 통화, 문자, 데이터사용 등 직접적인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회선이 부여되면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으로 개통 즉시부터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동통신서비스는 시시각각 제공되는 특성을 가져 그때마다 일정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남으로써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단말기가 개통되거나 실사용 전에 청약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이동통신서비스의 핵심 요소는 통화 등 이동통신이 가능하도록 회선을 유지하는 것에 있는 것”이라며 “이미 이동통신 회선이 개통됐다면 소비자가 단말기를 현실적으로 수령하여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피고의 용역 제공은 개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도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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