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연고 국가유공자 사망자 4명 발생

월남전 참전용사, 전쟁 후유증으로 암 투병 끝 사망

무연고 유공자 고령화 속…쓸쓸한 죽음 매년 늘어

국내 한 호국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국내 한 호국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난 4월, 경북 안동에서 국가유공자 박호순(75)씨가 무연고로 숨졌다. 1970년부터 1971년까지 8개월간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박씨가 당시 복무 지역에 살포된 고엽제(독극물 성분이 포함된 제초제) 영향으로 대장암을 진단 받은 뒤 3년 만이었다.

박씨가 가족이 없는 무연고 상태임은 사망 이후에야 파악됐다. 박씨는 지역보훈지청에 2020년 직접 고엽제 후유의증 응급진료 신청을 했지만 무연고 여부는 당시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의 마지막을 지킨 건 박씨와 평소 연락하던 지역 보훈단체다. 박씨 사망 직후 보훈단체 측에서 무연고 사실을 알리면서 지청은 장례지원 등 절차를 거쳐 박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무연고 유공자들의 ‘쓸쓸한 죽음’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가족이나 주소 등 신원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무연고 유공자들은 홀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지자체와 보훈기관 차원에서 유공자 무연고 여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각 지자체에서 통보된 무연고 국가유공자 사망자는 4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인천, 경북, 경남에서 각각 1명씩 발생했다.

무연고 유공자 사망자 각각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들에 대한 열악한 지원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올해 경남에서 무연고로 숨진 6·25 참전 유공자 A(88)씨는 가족이 있었지만,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사실상의’ 무연고 상태였다고 한다. 또 A씨는 도시근로자 기본 생계비에 미달하는 ‘생계곤란’ 가구로 분류됐을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 A씨 유족이 시신 인계와 호국원 안치까지 거부하면서 결국 A씨는 일반봉안실에 안치됐다.

무연고 유공자 사망자는 매년 늘고 있다. 유공자 평균 연령이 2021년 보훈부 실태조사 기준 71세로 고령화한 영향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7명이던 무연고 국가유공자 사망자는 지난해 3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7명 ▷2020년 22명 ▷2021년 19명이다.

무연고 유공자 전수 조사 및 처우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달 39만원으로 이등병 월급(60만원)에도 못 미치는 참전용사 명예수당 등 국가유공자 예우는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사후 예우를 넘어 생전에 A씨와 같이 생계곤란 등을 겪는 일이 없도록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종 월남전참전자회 안동시지회장은 “박호순 씨의 경우 평소 연락이 잦았던터라 사망 후 지자체에 바로 안내해 예우를 받도록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경우 열악한 경제적 상황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마지막을 맞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했다.

취약계층 유공자에 방문요양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재가보훈실무관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열 영남이공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한국보훈포럼회장)는 “유공자 가정방문 등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무연고 유공자의 경우 재가보훈실무관을 집중 배치해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무연고 유공자 사망사실 파악 자체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올초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자체의 확인 소홀로 누락돼 국립묘지 안장 등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한 유공자만 49명이었다. 이후 권익위에선 복지부와 보훈부에 유공자 여부를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일부 자치구들에선 여전히 유공자 확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역 내 무연고 사망자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공자 여부까지 확인하기엔 시간이 급박해 확인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복지부 매뉴얼에 유공자 확인 관련 사항이 있는지 들어본 바 없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